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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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만 해도 겨우 한 두번 얼굴 내밀던 겨울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아침 저녁 가리지 않고 옷 속으로 스며드는 찬 기운에 옷깃을 더 치켜 세워봅니다. 그래도 춥습니다. 목도리와 장갑을 챙기고, 두터운 양말을 신어봅니다. 아직 겨울 초입에서 이렇게 추워하니 어찌 한 겨울을 지낼까 걱정이지만, 추운것은 추운 것입니다.
추운 계절엔, 따뜻한 차 한 잔이 몸을 데워줍니다. 겨울 등산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마시던 믹서커피 한 잔, 산더미처럼 쌓인 눈 치우러 나가기 전에 마시던 따듯한 옥수수차 한 잔이 그렇습니다. 작은 잔에 든 소량의 따듯한 물이 어떻게 그보다 훨씬 더 큰 몸덩어리를 따뜻하게 하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 뿐 아닙니다. 옆 사람 잡은 손에서도 따듯함이 전달됩니다. 기도회를 마칠 때 손잡기를 즐겨하는 저에게 손에서 느끼는 따뜻한 체온은 적지 않은 힘이 됩니다. 차가운 내 손과 마음에 온기를 심어주는 묘약과 같습니다. 겨울 바깥에서 놀다 꽁꽁 언 아이의 작은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꼬옥 잡아주는 아빠, 고사리 얼음 손을 자기 허벅지에 살짝 깔고 앉아주는 엄마, 아이들이 겪은 매서운 세상 추위는 이미 그 사랑으로 녹아 버립니다.
때론 말 한 마디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나는 우리 아들들에게, “아이구, 우리 아들들, 많이 컸다” 하면서 내 사랑을 그 말의 톤에 담습니다. 그 말이 자주 듣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훨씬 더 센 표현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압니다. 그래서 얼굴 보기 힘든 아이들도 가끔 저에게 이런 말을 해줍니다. “아이구, 우리 아빠… ” 그 다음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자주 멈춰서지만, 거기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이미 제 마음을 아주 따듯하게 해줍니다. 농담 잘하는 우리아들들, 가끔은, 제가 해준 말 그대로 구성지게 흉내도 냅니다. “아이구, 우리 아빠, 많이 컸다.” 농담 속에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멧세지는, ‘아빠 사랑해요, 많이 사랑해요 !’인 것을 알기에 기분좋게 웃습니다. 저와 우리 아이 뿐만이 아닙니다. 모두가 모두에게 그럴 것입니다. 말, 카톡, 문자, 그림, 영상, 눈빛 등으로 전달해주는 따뜻함은 이미 우리들의 DNA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발길이 뜸한 늦은 밤, 종점 기사식당 유리 창에 잔뜩 서린 김, 그 안에 팔장낀 채로 졸고 있는 초로의 아주머니, 졸린 눈으로 재촉하는 발길 속에서도 들렸다가줘야할 것 같은 짠한 느낌 , 마음들이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서로를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동준비, 겨울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연탄사들이고, 김장담구며, 쌀 좀 장만해 놓으면 기본적인 월동준비는 한 셈입니다. 그러나 아파트시대가 되면서부터 이런 월동준비는 없어졌으며, 그 후 세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다른 월동준비가 필요 합니다. 세상이 겨울보다 더 춥습니다. 사람이 한파보다 더 매섭습니다. 이런 때의 월동 준비는 따로 없습니다. 내가 따뜻한 사람되는 것 밖에는 다른게 없습니다. 한 겨울 지내기에 좋은 따듯함으로 주변의 온도를 높여봅시다. 나 때문에 주변이 따듯해지기를 바라며, 또 실제적으로 그렇게 산다면, 그것은 예수님과 같은 생각이요 같은 길을 걷는 것이 분명합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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