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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수필 2 시간의 흐름과 생명살이의 관계를 생각하며 <1>
모든 피조물은 모두 시간에 붙잡혀 있거나 혹은 거기에 갇혀 꼼작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 안에서 계속 그 시간을 따라 어느 피조물이든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흐름이란 생명의 흐름일 수도 있고, 시간을 따라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을 삶이라고 말하는지 모른다. 그 때문에 시간이 물의 흐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물의 흐름은 갇히면 물이 썩어 죽게 되는데, 누가 감히 시간의 흐름을 막고 붙잡아 어디에 묶어둘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약속 시각을 기다리면서 오래 기다릴 때 ‘시간만 죽이고 있다.’라는 말도 하지만, 시간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간은 어디 한 곳에 갇혀 있을 수 없는 진정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상엔 약속 시각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누구도 시간을 붙잡아 둘 수는 없다. 누구도 시간을 어디에 붙잡아 매두지 못할 만큼 시간은 계속 흐르는 원천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다.
누구는 택시를 붙잡아 두고 사람을 기다리며 시간을 붙잡아 두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택시가 붙잡혀 있다고 해서 시간이 붙잡힌 것은 아니다. 시간은 계속해서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계속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진실이다.
시간이 모든 피조물을 자기 안에 모두 가둬 둘 수는 있지만, 모든 피조물이 보이지도 않는 시간을 어떻게 가두어 묶어둘 수 있겠는가? 이처럼 창조된 모든 피조물은 시간 속에서 반드시 얼마만큼의 시간의 제한을 받게 돼 있다. 정해진 시간의 제한을 받는 존재는 있어도 시간은 창조주를 제외한 그 무엇에도 제한받는 예는 없다.
모든 피조물의 제왕처럼 군림하는 시간이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존재케 되었을까?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은 피조물은 하나도 없는 걸 보아서 그의 힘의 정체와 크기를 짐작할 수가 없다. 모든 피조물은 시간의 제한 앞에서 속수무책이지만, 피조물이 시간을 만든 것이 아니다. 시간은 저절로 존재케 된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께서 친히 지으신 피조물이다. 시간을 만든 원자재는 창조주께서 첫날에 만드신 빛이었다. 그렇다고 빛으로 어둠을 물리치신 데만 사용치 않으셨다. 빛으로 기존의 어둠을 나누어 밤과 낮을 조성하셔서 하루라는 날을 만드셨다. 하루라는 시간은 밤과 낮을 하나로,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창조하셨다. 그래서 시간은 어둠과 밝음, 이 양면을 지니고 있다. 그 시간 가운데서 사람들은 기쁨도 만나고, 슬픔도 만나며 삶을 산다.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 있는 모든 것들, 식물이든 동물이든, 시간 속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밝음과 어둠의 양면에서처럼 서로의 다름 가운데서 삶이 있고, 그 안에 쉼도 있다. 모든 생명체는 행불행을 언제든 경험하며 살아간다. 빛과 어둠, 어느 하나만 붙들고 살아갈 수 있는 피조물은 그 어느 것도 존재치 않는다.
모든 생명체에게 어둠과 빛이 필수적이란 사실을 안다면, 창조주께서 왜 시간을 밤과 낮을 합하여 하나로 만드셨는지도 알고 감사해야 한다. 시간은 어둠과 빛의 동시적 존재요, 시간 속의 어느 하나가 빠지면, 생명체의 삶은 그것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