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하지 않아도 인사 나눌 수 있고, 입을  열지 않고도 마음 열 수 있고, 정한 시간 없어도 만남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없이 사는 사람에게 손 바닥만한 밭뙈기  하나만 있어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산물 때문에도 그랬지만, 그 땅이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상기시켜주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조석으로 돌보지 않아도 될 만큼 작았지만, 그곳은 그들에게 세상이요 우주였기에 왼 종일 땅을 품고 살았습니다.

소박하지만 그러나 우리들에게 '세상'이요 '우주'인 '이곳'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마, 이곳 저 곳을 살피다가 처음 들린 분도 계실 것이며, 자주 오시는 교우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든지, 그리고 언제  들리시든지 함께 '이곳'을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내 마음을 두는 곳만이 나에게 풍요로운 세상입니다. 모든  것이 있지만, 다 내 것은 아닌 세상입니다. 그 중에 마음을 두고 내 것으로 삼아 가꾸어 가는 '세상'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내 것 될  것입니다. 세상 어느 한 구석에, 함께 가꿀 수 있는 텃밭이, 나에게,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마운 일 아닙니까?

혼자 소리 지르고 싶을 때도 오셔서 글을 남기십시오! 알 수 없는 공허함으로 세상이 싫어질 때도 오셔서 마음을  남기십시오! 뒹굴고 싶을 만큼 좋은 일이 있어도 오셔서 기쁨을 남기십시오! 여러분이 남기신 모든 것은 들리시는 모든 분들이 나누어 가질  것입니다. 좋은 일은 배나 더하여, 힘든 일은 반으로 줄어 가지고 가다보면,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나 '정' 붙이고 살 '세상' 될 것이며,  서로 달라도 한 길 걸어가는 동반자임을 뚜렷하게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그 동반자 속에 저도 들어가 있음이 정말이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