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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95): 스포츠, 세상의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
아마도 미국만큼 스포츠에 열광하는 나라도 드믈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운동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영웅이 될 만한 재질도 체질도 없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슨 운동을 하든지 꼭 이겨서 그것으로 쾌감을 누리려는 열정은 갖고 있지는 않다. 물론 애당초 영웅 될 소질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가 스포츠 관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 딸네 네 식구가 모두 고등학교 배구와 관련돼 있기에 특히 손자들의 배구경기를 응원하려고 쫓아다니다 보니 지난 6년간이나 우리가 손자들의 배구경기를 구경해주는 것이 손자들에게 격려가 될 것 같다는 마음보다는 노인들의 소일거리로 좋다는 생각에 거의 빠짐없이 그들의 경기를 구경하러 다니며, 때로는 전국대회 광경의 유투브 생중계를 시청하면서 선수들의 실수와 성공에 엇갈리는 시비조차도 모두 즐기고 있다. 물론 미국에선 배구가 별로 인기 없는 스포츠이긴 하지만, 전국 대회를 보면서 의외로 선수층이 두텁다는 것을 알았다. 배구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다른 어떤 경기보다도 선수들이 경기 중의 성공과 실패에 목을 매는 경우가 거의 없고, 성공이든 실패이든 항상 서로 어깨에 손으로 얹어 서로 격려하거나 혹은 서로 손을 내밀어 서로 부딪치면서 격려해주는 격려가 많은 운동이 배구라는 걸 알고 우리 두 손자의 성격 형성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늘 격려해주고 열심히 응원해주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배구는 한 선수를 영웅 만들어 주는 경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 미국의 승리로 끝난 「여자 축구 월드컵 경기」를 처음으로 여러 차례 시청했다. 남자들의 축구보다는 훨씬 더 섬세하고, 더구나 과격하지 않아서 차분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의 목표는 한 골이라도 상대보다 더 넣는 것이고, 골을 넣는 선수에게 모든 환호가 몰리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거기서 스포츠의 본질을 잃어버린 면이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전후반 90분을 뛰고서도 연장전까지 접전을 벌리는 경기에서 한 꼴을 넣었을 때 그 선수는 진정 영웅이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한 꼴을 골대 안으로 넣도록 어떤 볼이 자기 발끝에 오기까지 다른 열 명의 선수들의 수고가 더더욱 컸다는 걸 생각하면 골 넣은 한 선수가 영웅 대접 받는 것이 불만이다. 물론 직접 도움을 준 선수를 전적으로 무시해버린다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엔 결국 한 두 사람 영웅 만들기가 돼버리는 스포츠를 보면서 단지 안타까움만으로 끝내버릴 수가 없다는 마음을 전한 것이다. 열한 선수가 모두 힘을 보태어 한 골을 넣었다는 선수들의 자각이 먼저라는 생각과 어느 스포츠이든 팀워크로 경기했다면 성공과 실패 그 어느 것도 팀 전제가 책임을 지거나 모든 선수에게 성공 보수나 실패에 따른 적절한 사랑의 채찍이 주어지는 것도 진정 스포츠 정신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는 한 두 사람 영웅 만들기나 어느 한 팀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상대 팀이 존재해야 스포츠가 가능하기에 상대편이 적군이 아니라, 한 몸의 다른 손, 혹은 다른 다리와 발이라는 생각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서로 합동하여 선을 이루는 한 몸이란 생각이 너무나 안이한 생각이라 생각되는가? 내가 진정 지적하고픈 스포츠 경기의 문제가 있다면, 무엇에서든 한 사람을 영웅 만들기는 마치 종교에서의 우상 만들기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무 막대기를 세우든 금송아지를 세우든 그것들이 어떤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건 그것들을 세우고 섬기라고 말하는 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세운 사람 혹은 사람들의 속마음은 그것을 세워놓고 거기에 절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들을 세운 자신들이 절 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상의 실체는 우상 자체가 아니라, 우상을 만들어 세운 자가 바로 우상이란 뜻이다. 스포츠를 하면서 선수로서 걱정해야 할 것이 있다면, 내가 열심히 땀을 흘려서 다른 사람들을 우상 만들기에 협조하는 자가 된다면, 그것이 진정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우상이 되려고 하지 말고 우상이 되지도 말자. 진정 그것이 실로 부질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평생의 꿈이 결국 우상이 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