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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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는 따뜻합니다. 서설이 내린 눈길을, 아무도 앞서 걸어감이 없는
조용하고 밝게 빛나는 눈길을 걸어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寒天은 고드름의 둘레를 두껍게 감으며 빙빙 돌지만, 한마리 새는 하늘의 정수리에 높게 떠
대자연의 창공을 날아 갑니다. 새는 높은 의지로 떠있고 나무는 모든 장식을 벗었습니다.
남은 것만 남았습니다. 굳고 깨끗합니다.
문득 참회의 기도를 드린 것이 참으로 오래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오래전, 오늘처럼 몹씨 춥고
흰눈이 펑펑 내리던날 기도를 드렸지요. 손바닥만한 채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온통 하얀색
이었습니다. 그때 두손을 모으고 난생 처음으로 눈물의 기도를 드렸지요. 그후 제 기억속에 다시
참회의 기도를 드린 적이 없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삶이 간절하지도 않았고, 지독히 슬픈일이
생기지도 않았고, 사나운 고통이 심장을 갉아 먹지도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찾지
않았겠지요. 슬픔과 고통속에서 그 무기력의 절망에 닿지 않고는 당신의 발밑에 엎드려 통곡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던가요?
'자신의 비참함을 알지 못하고 신을 안다는 것은 오만을 낳고, 신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비참함을
안다는 것은 절망을 낳는다' 는 사실은 파스칼에게만 진실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 커다란 슬픔의
고통없이 지금껏 옥 생활을 해올 수 있도록 허락하신 주님께 얼마나 감사드리는지 모릅니다.
메마른 겨울을 봄이 푸르게 하듯이 세상을 푸릇푸릇하게 만드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며 살겠다는 생각도
가져보는 새해 아침입니다. 배포도 두둑하게 가져보고 누구도 미워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중 가장 큰것이 하늘과 땅, 해와 달이지만 두보(杜甫)는 일찍이 해와 달이 새장속의
새에 불과하고, 하늘과 땅은 물위에 뜬 부평초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마음을 졸렬하게 쓰지않고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구애됨이 없이 살겠다는 의지도 세워봅니다. 마음은 부리기
나름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본래 큰것으로 말하면 세상을 품고, 작은것으로 말하자면 바늘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니 마음의 長廣을 大海처럼 雪源처럼 가져볼 요량입니다.
융통성도 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은 얼마나 가차없이 살았는지 모릅니다. 그때그때의 사정과
형편을 보아가며 살아도 좋을일, 자물통처럼 벽돌처럼 새해를 살수는 없는일 스스로를 폐광처럼 황폐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갈 길을 생각합니다. 가벼움과 환함과 트임의 세계에 살일을 생각합니다. 풋사과처럼,
감귤처럼, 여울처럼, 두레박에 담긴 우물물처럼, 물안개처럼, 잘 발효된 빵처럼, 차오르는 달처럼, 붉은뺨에
생겨난 미소처럼 살일을 생각합니다.
대접받을 마음을 버릴 생각입니다. (이말은 삐치지 않을 생각),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이세상에
당신이 불쌍해 할 사람은 없어요' 라고. 그는 이말을 그의 아버지로 부터 거듭해서 들었다고 합니다.
불쌍해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모든 존재는 동등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동등하게 고귀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박정하게 대할 어떤 까닭도 없습니다. 애초부터 가련하게 탄생한 존재는 없는 것입니다.
헤세가 시 ' 금언'에서 "그렇게 너는 모든 사물에게/형제이고 자매여야만 한다/그것들이 네게 아주 스며들도록/
네가 내것 네것을 구별할 수 없도록,//어떤 별도, 어떤 잎도 떨어지지 말기를--/네가 더불어 죽어 가야하니!/
너는 또한 그렇게 그 모두다 더불어/시시각각 부활할 것이다." 라고 쓴뜻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저는 주님의 영광을 위해 창조되었음을 믿으니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도록 하겠습니다. 저에 대한 탐욕을
줄이고, 마음의 평화를 지키고, 낮은 정신으로 살도록 애쓰겠습니다. 날마다 나아지는 것이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일이니, 날마다 새로워지고 날마다 게으르지 않게 성경공부하고 좋은 생각으로 하루를 지내도록 애쓰겠습니다.
우연히 저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 이라는 좋은 생각을 갖게 되었고, 지난 시간동안 이 생각을 가지고
살아올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언젠가 저에게 물어 보신적이 있으시죠. 주님을 언제, 왜 영접하게 됐냐고. 인제는 아시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왜? 죄를 지은 피의자가 철석같이 의지하는 것은 변호사입니다.이와같이 몸이 아픈 사람은 병원에 가게되고
담당의사를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처럼, 영혼이 메마른 자가 의지할 분은 주님밖에 없습니다.
선택의 여지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백자와 회심자들은 사람이 죄악을 체험하면 할수록 빠른 속도로
개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망각과 가난속에 습기많고 어두운 골방속에 홀로 있을때, 비로서 기도하고
싶은 마음의 문이 열린다고 합니다.특별히 어느 종교의 회당문에 들어서지 않아도 된다고 믿습니다.
시몬 베이유는 아시시의 성당에 이틀간 머물면서 '무엇인가 나 자신 보다 더 위대한 분이 나를 그앞에 난생
처음으로 무릎 꿇게 하였다' 고 고백했습니다. 그녀가 말한 그 '무엇'이 석가인지 마리아인지 또는 무엇인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참회자로 하여금 무릎을 꿇게 하려면 어떤 면에서는 단 한사람이면 족하지
않을까요. 이제 저는 '시 처럼 산다' 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별처럼 사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 별이라 믿습니다. 크든 작든 그자리에 있어야 할 별 말입니다. 별이 되는 것, 그것은 시처럼
사는 것이니 주님 뜻대로 사는 것일 것입니다.
제가 날마다 기도하게 도와 주십시요.
이제 엎드려 기도하오니 제가 작은별이 되어
하늘의 영광을 빛내게 도와주십시요.
저를 힘껏 당기셔서 멀리 가게 도와 주십시요
제가 두려워 하더라도 용기를 주십시요
이제 마지막으로 한가지를 기도합니다.
저를 힘껏 당기소서
부러질 것 같아 두려워 하더라도
저를 당기소서
받은 것을 다 소진하고 당신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저를 남김없이 다 쓰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의 모자람에 절망하게 하소서
그러나 당신께 절망하지 말게 하소서
2015년 첫날 ㅇㅇㅇ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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