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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488): 행복 추구에 뒤따라야 할 요소 1
사람은 말하는 존재이다. 살아 있는 한 말하며 살고, 죽어야 말이 끝난다. 말은 관계를 통해서, 혹은 관계를 이루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말이 무엇일지에 관해서 묻는다면, 아마도 ‘사랑이다.’라고 말하지 않겠나 싶다. 그런데 사랑은 관계 속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사랑은 곧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이고, 관계가 사라지면, 서로 오가는 사랑의 왕래가 단절된다. 사랑이 없으면 관계가 사라지고, 관계가 사라지는 순간 죽음이다.
그렇다. 관계라는 말은 그 자체가 생명이란 뜻이다. 너와 나의 관계가 생명이라면, 너와 나의 관계가 사라지면, 너와 나의 생명을 사라진다는 뜻이다. 물론 생명이 사라지기 전에 먼저 사랑이 사라진 걸 알게 될는지 모른다.
관계가 스스로 맺어질 수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우선 생명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를 말할 적에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가?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대상이 있으므로 내가 ‘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나보다는 네가 먼저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너를 부정하면 내가 존재치 않는다면 뜻이다. 관계와 관련돼 말할 적에 잊지 않아야 할 것은 관계엔 그 주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를 말하고, 창조주에 의해서 존재케 된 모든 피조물에겐 창조주가 곧 주체이다. 주체가 없는 피조물은 존재치 않는다. 앞서 밝힌 대로 ‘나’라는 존재는 ‘너’라는 주체가 먼저 존재하기에 내가 그 주체 앞에서 나를 인식한다. 하지만, 관계의 원천으로 돌아가면, 모든 피조물의 각각 나는 창조주라는 주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의 ‘나’가 존재한다. 너(you) 없는 나(I)는 없다. 물론 나보다는 네가 선재(先在)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나’의 존재가 주체 앞에서 후자임을 인정해야 한다.
모세가 자신을 이집트로 가라고 명하신 하나님께 ‘하나님을 누구라고 백성들에게 말해줘야 하지요?’라고 물었을 때, 하나님의 대답은 ‘나(IAM)’야라고 대답하셨다. 모든 것을 존재케 하신 하나님께서 ‘나’라고 말씀하셨기에, 모든 피조물을 하나님 앞에서 ‘너’일 수밖에 없다. 모든 피조물인 너를 너 되게 하신 주체가 곧 창조주 하나님이시다. 온 우주 만물 중 어느 것도 우연히 존재해서 각각 독립돼 서로 관계가 없다고 하면, 우연히 존재한 모든 것들, 곧 하나하나는 반드시 스스로 무너져 사라지게 된다. 서로 의미 없는 것들의 사라짐이다. 의미 없는 것들이 사라진다면, 사라지는 것들이 무엇에 영향을 줄 수 있겠는가? 의미 있는 것들이 그것을 보고 무어라고 말할까? 아마도 공허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서로 간에 관계가 사라지는 것이 공허요, 허무이다. 무엇보다도 관계가 사라지면, 생명이 사라진다. 이것이 하나님의 창조질서요, 생명질서이다. 이 때문에 하나님께서 생명체를 창조하시고, 그들 사이에 관계가 사라지며 동시에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죽음을 미리 선언해 놓으셨다(창2:17). 생명이 사라지면 무생물에도 의미가 사라지게 돼 있다. 무생물의 의미는 생명체에게 의미가 존재하는 동안에 의미가 부여되지만, 생명이 없으면, 존재 의미는 자동폐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