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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삶과 생각      모닥불 앞에서 떠오르는 낱말들 7

 

에덴에서 깨진 하나님의 가정원리

에덴에서 첫 가정이 깨지기 전에 하나님께서 첫 부부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마치 선포하시듯 말씀하셨던 걸 기억해 본다. 나는, ‘남자와 그 아내가 둘 다 벌거벗고 있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한 구절(2:25)을 읽고, 묵상하면서 여러 가지로 상상해보았다. 첫 사람에 관한 하나님의 선포이니 정녕 중요한 뜻이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25절은 24,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서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덴에서 아담 부부는 스스로 벗고 알몸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은 옷을 입은 적이 없으니 스스로 벗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으로 지음을 받은 순전한 존재의 원형의 모습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만약 에덴에서 첫 가정에 자녀가 태어나 부모 곁에서 자라고 있었다면, 아마도 그들 부모조차 알몸을 스스로 가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와 그 아내는 둘 다 벌거벗고 있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라는 25절은 자녀가 태어났더라도 함께 살지 않고, 부부만 있는 핵 가정이라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혹은 부끄러워하면서 살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라는 건 죄책감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첫 가정의 부부가 죄책감을 느끼게 된 것은 하나님께 불순종한 후 밝아진 눈으로 자신들의 벗은 몸을 보고 알게 되었다. 벗었음을 알게 되자, 하나님을 의식하게 되고, 이어서 부끄러움이란 의식이 찾아 들었다. 그들 스스로 느낀 부끄러움이지만, 하나님께서 옆에 계신다는 사실을 의식하자 부끄러움이 생긴 것이다. 죄책감은 결국 부끄러움과 동행하여 나타난다. 부끄러움엔 하나님 앞에서의 죄의식이고, 그것은 결국 모든 사람 앞에서도 같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무화과 나뭇잎을 엮어 치마로 삼아자신들의 몸에 나타난 서로 다른 모습을 가린 것이라 볼 수 있다. 자신들의 마음도 알몸도 부끄러움이 느껴지자 스스로 가린 것이다.

에덴에서 그런 부끄러움을 가지고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하시려는 듯 하나님께선 그들 첫 부부에게 하나님의 긍휼의 옷인 가죽옷을 입혀서 에덴의 동편으로 쫓아내셨다. 에덴의 동편 세상은 엉겅퀴와 가시덤불이 생겨난 땅이니 죄로 인해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의 터전으로 바뀐 것이다. 인간의 삶 자체가 죄를 안고, 죄를 생산하는 땅이고, 인간의 죄로 인하여 세상을 갈수록 어둠에 휩싸이게 된 땅이다.

에덴에서 쫓겨난 첫 사람 아담의 가정에서 가인과 아벨이 태어나고, 형이 동생을 죽인 최초의 살인이 일어나 땅에서 가인은 유리하는 자로 살아가게 된 것이 하나님의 형벌이었고, 그로 인해 부모와도 헤어지게 되었지만, 가인은 에덴의 동편 어느 한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면서, 첫아들 에녹을 낳고, 그들은 서로 헤어지지 않고 한 곳을 자리 잡아 에녹이란 이름의 성을 쌓아 가인의 후손들 모두가 에녹 성에서 함께 살게 된다. 하나님과 단절되면서 인간은 독립된 핵 가정으로 이어간다는 게 불안했는지 모른다. 결국, 가인의 후손은 에녹 성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이룩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발전시켜 살게 된 것이 곧 오늘과 연결돼 있다.

 

삼위 하나님으로 한 분 하나님의 가정에 우리의 각 가정이 속하려면, 우리의 각 가정이 독립된 한 가정이어야 한다. 가인의 후손들은 한곳에 자리 잡고 집단화한 힘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이룩해 일부다처로 조각난 가정도 만들고, 여러 가지 농경문화도 만들어 냈지만, 살인문화까지 에녹 성안에 등장한 걸 보면, 하나님께서 설계하신 핵 가정의 꿈은 산산조각난 채 그 흩어진 파편들로 혼탁한 사회 모습과 오늘의 현실이 동일하게 그대로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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