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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46): ‘그 말씀’과의 결별이 낳은 인간의 비극
세상의 모든 언어의 기원은 오직 한 분,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 창조사역을 ‘그 말씀’으로 이루셨고,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에 첫 사람을 지으시고, 그와 대화하신 걸 보면 인간이 하나님의 ‘그 말씀’을 익히고 배워서 대화를 시작했던 게 아니다. 마치 한국어 ‘아야어여’, 혹은 ‘기억 니은 디귿...’, 혹은 히브리어 ‘알레프, 벧트, 기멜...’부터 배우고 익혀서 하나님의 말씀에 응답한 것이 아니라, 애당초 인간은 하나님과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존재로, 그래서 ‘하나님의 형상과 그 모양을’ 닮은 자로 지음 받았을 뿐, 곧 태어난 갓난아이가 아니었기에 ‘그 말씀’을 배우지 않았지만 자신을 지으신 하나님과 대화할 수 있던 특별한 성인이었다. 인간만이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며 그분께 예배할 수 있는 유일한, 곧 말하는 영적 존재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유일한 악동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나님을 부정하는 건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한 후에 나온 부정적 반응이다. 무엇이든 없는 것이 먼저가 될 수 없다. 무엇이든 존재가 먼저이고, 그것에 대한 부정이 뒤따른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지어 에덴동산에 두시고, 그곳을 맡아서 돌보게 하신 것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첫 번째 명령이다. 물로 그 내용은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주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다가 에덴동산에 두시고, 그 곳을 맡아서 돌보게 하셨다(창2:15).’ 이어서 ‘주 하나님이 사람에게 명하셨다.’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네가 먹고 싶은 대로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16-17).”고 직접화법으로 명하셨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처음으로 목소리를 발하시어 내리신 긍정명령과 부정명령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부정명령은 죽음의 경고까지 덧붙이셨으니 그가 귀로 들은 게 더욱 확실하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자에게 그런 명령을 발하실 수 없다. 물론 15절에서 에덴동산을 맡아서 돌보게 하셨을 때 간접화법으로 표현돼 있지만, 인간은 ‘그 말씀’을 알아들었다. 예수께서 땅에 오셔서 듣지 못하는 사람을 고쳐주신 적이 있다(막7:31-37). 첫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자로 지음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분명히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서도 그 명령을 무시해버렸다면, 그는 결국 귀를 막고 귀머거리인 척 한 것이다. 그런 자라면 고침을 받아야 할 자임을 알도록 주님께서 기적으로 고쳐주셨다.
인간은 하나님의 명령을 듣고서도 순종치 않았다. ‘그 말씀’에 불순종한 것은 인간의 자기 생각과 자기 뜻으로 무엇이든 하겠다는 하나님을 향한 선전포고와도 같은 무모한 행위였다. 인간의 모든 문제는 바로 하나님의 그 말씀을 불순종한데서 출발했다.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는 인간이 매사에 주인 노릇하려는 생각에 하나님의 ‘그 말씀’을 거부한 것. 인간이 주인 노릇 할 적에 가장 유용한 도구가 바로 언어이다. ‘그 말씀’에 관한 인간의 불순종은 언어의 주도권을 하나님에게서 빼앗았다는 증거이다. 인간의 주인 노릇은 곧바로 언어의 주도권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은 자기 언어를 조립해서 자기 생각을 이념화시키고, 그 이념의 주인 노릇으로 사람들을 자기에게로 모은다. 인간이 하나님에게서 언어의 주도권을 빼앗았으니 자기 생각에 온갖 이념의 옷을 입혀 그 힘으로 사사건건 하나님의 뜻에 맞서서 살아간다.
하나님께선 먼저 말씀하신 분이시기에, 인간은 ‘그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할 절대 순종의 자리에 있다. 하지만, 인간은 처음부터 불순종하고, ‘그 말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생각으로 이념을 만들어 주인 노릇으로 하나님과 대결하고 있다. 이념만큼 인간의 생각을 우상화해서 붙들어 매는 무섭고 끊어내기 힘든 강력한 쇠사슬은 없다. 인간은 언어로 이념을 만들고, 결국엔 그 이념에 붙들려 종살이하는 신세가 되었다. 인간이 어느 한 가지 이념에 붙들려도 하나님과 결별하고 ‘잘못된 길로 빠져들게’ 된다(히2:1). 이 경고가 두렵지만, ‘들은 바를 더욱 굳게 간직하여’야 할 의무가 더더욱 시급하다. 여기서 '들은 바'란 하나님의 그 말씀을 들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들은 바 '그 말씀'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인간의 이념에 붙들려 종살이하게 돼 있다. 인간 이념에 붙들리는 것만큼 무서운 비극은 없다<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