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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84): ‘사랑은 아무나 하나!’(5)


베드로에게 요구하신 주님의 아가페!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과연 어떤 사랑을 요구하셨을까? 누구라도 주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적에 주님께선 그대로 받아주시는 것일까?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듯이 사랑한다는 언어표현이 같다고 해서 사랑의 정도가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사랑일 수가 있고, 사랑한다는 간단한 한 마디에도 얼굴이 환해지고 감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베드로가 사랑한다.’는 대답은 주님께서 기대하셨던 대답이 아니었다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기대하신 사랑은 과연 어떤 사랑이었을까? 소위 아이돌, 혹은 연예인들을 따라다니며 외쳐대는 오빠부대의 사랑일 수는 없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데 주님께서 기대하시는 그런 사랑의 정의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주님의 기적을 보고 더 큰 만족을 위해서 떼를 지어 따라다니던 무리들의 그런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을 때 호산나를 환호하던 무리들의 모닥불 같은 사랑이었을까? 진정 보다 크고 많은 사랑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결국 대중의 우상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그런 자들은 대중의 우상이 되고, 그를 사랑하는 자들을 우상숭배자가 되는 현실을 날마다 목격하고 있질 않은가? 그래서 요즈음엔 정치인들조차도 연예인들이 받는 사랑을 덧입고 그들과 같은 우상이 되려고 연예인들을 대동하는 예가 흔한 것도 한국정치판의 현실이다. 누구보다도 사랑을 많이 받겠다는 아우성, 그런 아우성 속의 사랑이 자신을 우상으로 만든다는 걸 진정 모르고 있단 말인가? 날마다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던 정치인들이 연예인들을 만나면 얼굴빛이 환하게 달아오르는 모습을 화면을 통해서 쉽게 볼 수 있다


베드로를 비롯한 많은 무리들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주님을 멀리하고 모두 옛 직업인 고기잡이로 되돌아간 현장에 부활의 주님께서 그들 가운데 나타나셨다. 물론 부활 이후에 그곳에서 제자들과 만나주시겠다던 약속의 장소였다. 그러기에 환호 그 이상이어야 마땅하지만, 그들은 처음에 주님을 알아보지도 못했다. 베드로가 알아차리고 황급히 주님께 달려갔을 때 주님께선 그에게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셨다. 잘 사용치 않는 비교급으로 물으셨다. 그러나 단순히 비교급이 아니었다.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랑으로 주님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신 것을 볼 수 있다. 희랍어 원문에선 두 번은 아가페라는 단어로 사랑하느냐?’고 물으셨고, 세 번째는 베드로가 사랑한다고 대답한 필레오란 단어로 사랑하느냐고 물으셨고, 베드로는 필레오란 말로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필레오(phileo)는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적인 사랑을 말한다. 감정적인 사랑을 누구에게 명령할 수는 없다. 자녀 사랑의 주체인 부모는 자녀들에게 사랑을 명령할 수 있지만, 형제 사랑이 바로 필레오인데 형이라고 해서 동생에게 사랑을 명령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의 명령은 항상 아가페이다.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요구하신 것도 아가페 사랑이다. 아가페 사랑은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의무나 헌신을 말한다. 5:43-44절에서 말하는 원수를 사랑하시고 자신을 박해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시고, 심지어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십자가를 지신 주님의 그런 사랑이 아가페 사랑이다. 물론 감정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 죽기까지 순종하신 우리 주님의 사랑이 아가페 사랑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주님처럼 이웃을, 원수를, 자신을 박해하는 자를 사랑할 수가 있겠는가, 이것이 문제이다.


왜 주님께선 베드로에게 무리한 사랑을 요구하셨을까? 그가 할 수 없는 사랑이라면 아예 필레오 사랑으로 만족하시면 되실 텐데 말이다. 우리는 주님의 아가페 사랑으로 죄인의 자리에서 구원을 받았는데, 우리가 기껏 돌려드릴 사랑이 겨우 친구 사이의 감정적인 우정 표시 정도로 어찌 만족하실 수가 있으시겠는가? 우리는 아가페 사랑으로 구원을 받은 자들이다. 우리가 스스로 만든 사랑이 아니라, 우리가 구원 받은 그 사랑을 혼자 간직해두지 않고, 그 사랑을 풀어놔주어 다른 사람들이 구원 받도록 힘쓰는 정도가 아가페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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