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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11): 어린아이와 어른의 구별


무슨 말이든 무슨 어휘이든 그 정의(定意)는 시대에 따라서 사람들의 생각 혹은 가치관에 의해서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어휘의 다양성이 풍부한 히브리어의 경우는 보더라도 마치 하나님의 한 어휘의 정의를 사람들의 한두 가지 생각에 붙잡아 둘 수만은 없다는 진질을 밝히려는 듯 낱말 하나하나에 정말 많은 다른 뜻을 담고 있는 사실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한국 교육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우리는 어릴 적부터 개인의 생각보다는 학교에서 혹은 어른들이 가르쳐준 대로, 혹은 사전의 정의 한 두 가지를 그대로 빌려와서 그 정의에 맞춰 우리 개개인의 생각들을 이리저리 꿰맞춰서 사용한 탓일까, 하나님의 말씀의 다양함에 익숙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내가 아는 수준으로 풀이하고 적응해서 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다른 반대말을 외워서 국어시험을 치르면서 그렇게 고착화되었는지 모른다


그 병폐가 무엇일까? 더구나 영원한 하늘의 가치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크리스천들에게는 그 병폐가 크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배우고 외워서 사용하는 어휘들의 뜻이 하나님의 말씀의 뜻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더욱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자기 머릿속에 박힌 정의는 쉽게 변화되지 않아 새로운 정의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나 느리고, 영원한 하나님의 정의와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가게 되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말, 혹은 들은 남의 말을 달리 생각해보지 않는 버릇이 습관화돼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크리스천들의 믿음의 생활 속에서 날마다 이어지는 하나님의 말씀엔 세상의 언어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정의가 필요한 경우에도 그것을 세상의 상식적인 정의에 적용해서 뜻을 살피고, 자신의 편리한 대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언제나 하늘의 영원한 이야기가 세상 이야기로 변질돼버리는 현상을 너무 쉽게 접하게 된다. 주님께서 천국백성의 표본으로 어린아이를 내세우신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엄마 젖을 빨고 살아가는 신체적 어린아이가 아니라, 그 근본은 영적으로 거듭난 사람을 의미한다(벧전2:2). 갓난아이라면 영적인 신령한 젖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젖을 빨지 않아 자라지 않는 갓난아이 그대로이다


원래 인간은 부모에게서 태어남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로 시작되었다. 결국 첫 사람은 젖을 먹어본 적이 없는 성인이었고, 엄마 아빠를 불러본 적도 없고, 부모의 사랑도 받아본 적도 없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인생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삶으로 인생을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직접 손으로 지으시되 부부 한 쌍으로 에덴에서 살도록 하셨다. 그런 인생의 시작이 하나님께 불순종하므로 낙원에서 추방되었고, 그들 부부 사이에서 가인이 태어남으로 인간의 후손이 애당초 죄인의 후손으로 시작된 것, 따라서 하나님께선 아들 예수를 어린아이,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게 하셨기에 그분에 맞춰 누구의 인생이든 영적 거듭남의 어린아이로 새롭게 시작하기를 바라셨다


이것이 진정 거듭남의 비밀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유대의 종교 지도자라면 인생의 이런 시작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대 지도자 니고데모는 그 말씀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에 주님에게서 지적을 받았다. 주님 당시에 유대 땅엔 겉으론 천국백성의 표본이 될 만한 자칭 어른들이 많았다. 백성의 장로들, 대제자장들, 바리새인들, 사두개인들, 그리고 서기관 같은 지도자들이 많았다. 주님께서 아마도 그런 자들을 천국백성으로 내세웠다면, 그들에게서 미움을 받거나 죽임을 당하지도 않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영적으로 거듭난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면서 전혀 성장하지 않은 어린아이 그대로라면 그것은 진짜 문제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일상의 삶에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성화의 과정이 없거나 중단되었다면, 그런 어린이는 천국백성의 표본으로서의 어린아이가 아니라, 미성숙한 어른이란 뜻이다. 어린아이라고 다 어린아이가 아니고, 어른이라고 다 어른은 아니라는 뜻이다. 12살 때에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밝히고, 청년의 때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려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주님의 모습에서 성숙한 청년의 모습,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더구나 하나님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진짜 어른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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