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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42): 나의 글 읽기와 글쓰기 


나의 글 읽기와 글쓰기는 분리된 둘이 아니라, 한 몸 하나이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글쓰기를 위함이고, 나의 글쓰기는 또한 한 책을 읽기 위함이다. 글쓰기와 그 책 읽기는 결국 일심동체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책읽기에서 그 책은 과연 어떤 책을 이름일까


우리 가정 네 식구가 미국으로 이민 올 적에 다른 보따리는 많거나 크지도 않았지만, 오랫동안 끼니를 굶으면서도 구입했던 책들을 가져오느라 무척 힘이 들었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 배편으로 보낼 때는 용적 톤으로 계산했기에 무게에 신경 쓰지 않고, 커다란 나무 상자 속에 되도록 많은 책을 차곡차곡 눌러 담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도착한 책 상자를 찾을 때는 무게로 계산해서 많은 비용을 더 지불했다. 지금은 미국 와서 네 번째 옮긴 집에서 살고 있지만, 옮길 때마다 책들을 포장하고 옮기는 일이 내 힘에 부칠 만큼 무척 큰일이었다. 그래서 많은 책들을 도서관에도 기증하고, 여러 교회에도 기증하고, 도서를 받아주는 구세군에도 기증하고, 나름대로 필요로 하는 개개인에게도 나눠주어서 많이 줄었지만, 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엔 모두 누군가에게 넘겨주고 가야하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할 만큼 아직도 제법 많은 책들이 우리 부부 침실을 좁혀놔 어지럽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계속해서 글을 쓰고, 기회가 오면 또 책을 펴내한다는 부담감마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내 머릿속에 글로 옮겨야 할 정신적 자산이 많이 축척되어서가 아니라,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메모하고, 메모한 것을 기초해서 더욱 깊이 묵상하면서 이런저런 형태의 글로 옳기고 있기에 내 글 읽기와 글쓰기는 책상 앞에 어느 정도라도 앉아있을 수 있다면, 계속되어야 할 내 삶의 한 부분이다.


그렇다. 내가 글머리에서 던졌던 질문, 내가 말하는 책이란 과연 어떤 책을 이름일까에 답을 해야 할 차례이다. 내가 말하는 책은 제목도 저자 표시도 없는 오직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책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하나님의 책이다.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존재를 말하듯이 태초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는 선언을 그대로 엮어놓은 책이 바로 유일한 그 책이다. ‘그 책은 세상의 모든 책들의 근원이요, 모든 책들의 원전 중의 원전이다.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글이거나 찬양의 글이거나 모두 그 한 책에서 연유한 것들로 그 수를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하나님의 책은 하나님께서 그 말씀의 주인이라면 하나님의 주인 되심을 부정하고 인간 스스로 주인 행세하며 만든 책들이 곧 세상의 다른 모든 책들이다


내 글쓰기는 결국 그 책을 기초로 묵상한 것들의 기록이요, 마음의 표현이다. 책을 읽을 때나 글을 쓸 때 내 생각, 내 가치관, 내 감정의 선호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에 기초를 두고 그분의 뜻과 생각에 초점을 맞춰서 읽고, 또 글을 쓴다. 내가 좋아야 좋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좋다고 하셔야 선한 것,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선 이 사실을 미리 선언해놓으셨다. ‘나의 생각은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너희 길은 나의 길과 다르다(55:8:참고 요11:1-6).’ 


내 글쓰기의 시작은 대학에 입학한 1학년 때부터 대학생 선교단체와 인연을 맺고 힘든 고학생활에도 믿음 생활에 열심을 쏟던 때라서 내 글쓰기는 주로 성서와 관련돼 있었다. 내가 최초에 남들이 읽을 수 있도록 쓴 기고문이 대학학보에 실렸는데, 뜻밖에도 서울의 어느 대학 학보사 기자의 반박문이 날아왔다. 내 글 제목은 성서가 문학에 끼친 영향이었는데, 그의 반박 글의 제목은 문학이 성서에 끼친 영향이란 사람을 내세운 글이었다. 내 글이 논쟁을 불러들인 최초의 일이었고, 그 이후 내 글쓰기는 변함없이 하나님의 말씀에 초점 맞추기였다. 내 글쓰기를 위한 글 읽기가 결국 성서 읽기이니 결국 글쓰기는 내 생각이나 내 경험의 산물일 수 없다


사람의 생각이 진리를 만들거나 펼칠 수 없다. 진리는 사람의 두뇌의 산물이 아니다. ‘내가 곧 진리라고 선언하신 그분을 믿고 따르는 경우에만 진리가 드러난다. 하나님의 그 말씀을 읽으며, 그 뜻을 만나는 기쁨에 감격하며, 그 진리를 드러내고 싶은 속마음이 바로 내 글쓰기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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