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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글(420): 나무 이야기 1  -나뭇잎들의 삶을 돌아보며-

 

   집주변, 공원, 혹은 산림보호 구역, 어디든 크고 작은 나무들, 혹은 덤불 숲들이 나름대로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제 모습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뿌리내린 곳에 우뚝 서 있는, 곧 땅 그 흙조차 예사롭지 않고, 한결 자랑스럽게 보인다. 사람들이 집을 지을 때나 혹은 조상들의 묘지를 생각할 때도 나름대로 좋은 곳을 찾는 걸 보면, 그 수많은 나무가 하필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의아해하면서도 그저 장하다고 생각돼 칭찬하고픈 마음도 생긴다. 물론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숲이나 공원을 조성한다면, 어떤 나무를 어디에 심는 것이 좋을지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을 것이기에 나무가 스스로 좋은 곳을 골라서 그 자리에 뿌리내린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지만, 창조 셋째 날에 하나님께선 땅에 푸른 움을 돋게 하셨고, 씨를 맺는 식물과 열매를 맺는 나무를 '그 종류대로' 나게 하셨으니(창1:11,12), 나무들은 '그 종류대로' 처음부터 제 자리를 차지하도록 지음 받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벌써 이곳 중서부의 가을 빛깔도 완연하지만, 벌써 가을이 눈을 감으려는 걸 누구나 알아차릴 만큼 나뭇잎들의 미소가 다양한 색깔로 각각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잎들이 살며시 눈을 감자 다양한 색깔들로 변화된 모습들이 여러 곳에서 우리 눈에 띈다. 나뭇잎들이 슬그머니 눈을 감고 자기 색깔을 드러낸 걸 보면 어디서든 사람들은 카메라에 그 아름다운 미소를 담으려고 애를 쓴다. 스스로 가을을 느껴보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가을을 말해주고 싶어서일 터. 

   하지만 우선 나뭇잎들 변화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싶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걸 보면서 쓸쓸하게 고독을 취미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각자의 그런 생각 때문에 나뭇잎의 존재 의미를 너무 소홀히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 쓸 필요가 있다. 나뭇잎의 존재, 혹은 그들의 흥망성쇠를 각자의 눈에 보이는 대로, 혹은 각자의 생각대로 너무 쉽게 판단치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나무들이 나름대로의 색깔로 아름답게 꾸미든, 혹은 색동옷을 입기도 전에, 벌레 먹고 상해서 추한 모습 그대로의 낙엽으로 땅에 떨어지든, 나뭇잎들이 살아오면서 수행해온 생명 작업을 누구도 소홀히 여길 수가 없다. 나무가 나무로 살도록 애써 도움을 준 것은 수많은 잎이다. 아무리 뿌리가 튼튼하고, 둥치가 우람한 건장한 나무라도 잎들이 피어나지 않는다면, 나무가 피우고 싶은 꽃도 피울 수 없고, 꽃 없이 열매나 씨앗도 일궈낼 수 없으니 진정 살아서 무엇하랴! 꽃, 씨앗 혹은 열매를 맺는 일도 살아있는 잎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니 그 얼마나 장한 일인가? 잎들은 끊임없이 탄소를 들이마시며 산수를 품어내는 숨쉬기 삶으로 자신들도 살고 그로 인해 우리 사람들도 동물들도 살아간다.

   물론 잎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꽃을 살려 씨앗이나 열매를 맺게 하는 고귀한 생명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선 자신이 끊임없이 숨쉬기를 계속해야 한다. 결국, 자기 몸통을 살리고 자신들도 살기 위해선 부단히 숨을 쉬어야 한다. 길가의 나무들이 먼지 때문에 잎들이 숨을 쉬지 못해 죽어가는 모습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가로수들을 보면서 몹시 안타까워했다. 우리 내외의 그런 염려를 옆에 있던 며느리가 듣고 비가 오면 깨끗이 씻겨간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해줘서 웃은 적이 있다. 물론 그 수많은 잎이 병들거나 건조한 날씨 탓에 말라 죽게 되더라도 땅이 필요로 하는 자양분이 되는 걸 하찮은 일로 간과해버릴 수는 없지만, 그런 심한 흙먼지 속에서 숨쉬기가 얼마나 힘들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뭇잎과는 다른 풀잎 중엔 꽃이나 씨앗보다도 몸통인 풀잎들의 윗부분이 잘려나가야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풀이 있다. 잔딧풀이다. 잔딧풀이 잔디로 살아가려면 몸통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풀이 잔디가 되려면 잔디 깎기 기계의 우렁찬 소리와 더불어 몸통의 윗부분이 사정없이 잘려나가야 한다. 스스로 몸통을 자를 수는 없으니 누구의 힘을 빌려서라도 쓸모있는 잔디로 살아가려면 아픔을 겪어야 한다. 아픔을 겪지 않으면 잔디의 생명은 끝난다. 잔딧풀은 잎이 아닌 자신의 몸통 자체가 잘려나가야만 사랑받는 잔디밭의 주인이 되듯 과일나무가 가지치기를 소홀히 하면 좋은 과일을 맺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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