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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2): 아기 예수를 품을 마음의 방은 비워있는가?

 

금년에도 여전히 예년처럼 새벽 일찍 눈을 뜨고 아름다운 성탄일의 아침을 맞았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주님의 탄일을 기쁨하면서도 그저 언제나 세상과 하나 돼 들뜬 마음으로 살아온 탓일까, 세상 그 어디에서도 아기 예수를 위한 빈 방 한 칸도 내주지 않았다는 너무나도 분명한 그 현실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하지만, 단지 유대 땅 베들레헴에 빈 방이 없어서 아기 예수께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짐승 혹은 나귀의 구유에 누이셨던 것일까? 아니다. 아기 예수께서 짐승의 마구간에서 태어나셔서 구유에 누이셨다는 슬픈 현실은 세상 사람들 마음속에 그를 맞이할 마음의 방을 누구도 비워놓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시된 하나의 예증일 수 있다. 당시 그곳 여관들에 빈방이 없었다거나 아기 예수께서 구유에 누이셨다는 사실만을 붙들고 안쓰러워하는 감상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2천 년 전 그 때의 베들레헴 작은 마을뿐만 아니라, 오고가는 모든 세대 가운데서 수십, 혹은 수백만 배로 넓어진 현재의 땅덩어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관이나 호화 팬션이나 호텔들, 그런 시설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호화로워질수록 아기 예수를 위한 빈 방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고, 오히려 우리 주님을 위한 편안한 안식의 방은 더더욱 좁아지고,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사실 나는 그런 현실을 몰라서 그것을 지적해 일깨우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향해 세상을 구하러 오신 아기 예수를 위해 방 한 칸이라도 좀 비워달라고 애걸해서라도 우리 주님을 그런 호화로운 곳에 하룻밤이라도 묵게 해드리고 싶은 좁은 소견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결코 아니다.

먼저 온 세상의 좋은 것들로 꽉 채워져 있는, 아니 지금도 날마다 그런 것들로 자신을 채우려고 안달하는 우리 각자의 마음부터 비우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 크리스천 모두가 아니 모든 교회가 심령 속에 꽉 채워진 풍요를 심령의 가난으로 바꾸어(5:3) 천국, 곧 예수 그리스도로 채우기를 힘쓰는 일이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참된 회개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과연 지난 밤 크리스마스이브에 무엇으로 자신들을 채웠는지 자문해 보자. 우리 각자가 자신을 채우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이 아니라, 우리를 비워 그 자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채우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다짐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 새벽 하나님의 책에서 요나를 만났다. 그는 앗시리아제국의 니느웨를 향해 복음을 외치도록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선지자이다(1:2). 그는 하나님을 지식적으로 알고 있던 전형적인 이스라엘사람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과는 달리 요나의 가슴엔 적대국 앗시리아에 대한 미움과 편견으로 꽉 차있었다. 선지자 요나의 고향은 이스라엘 북쪽 땅 나사렛이었다. 후일에 우리 주님께서 청년이 되셔서 가버나움으로 옮겨가시기 전까지 목수로 일하셔서 나사렛 사람으로 불리셨던 바로 그곳이다. 요나가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은 니느웨까지는 동쪽으로 500마일 떨어진 티그리스 강가에 자리 잡은 대제국의 중심지였다(왕후19:36).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요나로서는 먼저 그의 마음에서 앗시리아에 대한 미음의 편견을 씻어내고, 직접 받은 하나님의 말씀만을 가슴에 품고 니느웨로 가서 복음을 전해야 했지만, 그는 정반대 서쪽 다시스, 곧 지금의 스페인 쪽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동쪽으로 5백마일 떨어진 니느웨가 마음에서 멀어지자 오히려 더 멀리 25백마일 떨어진 스페인 쪽으로 도피한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멀리하려는 마음의 고향은 훨씬 더 멀고 크고 넓다. 하나님을 위한 우리 마음의 방을 비우지 않으면, 훨씬 더 크고 먼 곳까지 지경을 넓혀서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면서 주님을 위한 빈방은 좁아지다가 결국 사라지게 돼 있다. 이것이 우리가 마음의 방을 비워서 날마다 순간마다 주님으로 채워야 할 이유이다<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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