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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14): 사랑의 선후가 뒤바뀐 혼란스러운 세상(1)

    -하늘의 사랑, 땅의 순종에 대한 구조적 조명-

 

글머리에: 글 제목을 위한 변명

나는 내가 사용하는 글 제목이나 출판한 책 제목이 너무나 딱딱하다는 핀잔을 부드러운 격려만큼 따뜻하게 듣는 편이다. 내 생각에도 책이나 글의 내용이 나의 모든 것들의 깊이 없음에 비례되면서 결코 어려운 글을 쓰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책이나 글 제목이 딱딱하게 붙여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닌 걸 보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일부로 그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2005년에 의의 본질과 교회의 정체성이란 책을 출판했을 적에 그 책 표지 제목을 보더니 어느 기자가 웃으면서 피력한 첫 마디가 책이 잘 팔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해서 나도 맞장구를 치며 동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책을 전문적으로 펴내는 출판사에서도 잘 팔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내 책을 펴내어주었으니 고마울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5년과 2006년에 각각 한 권씩 두 권의 책을 출판했지만, 조금은 부드럽게 붙인 제목이 생명과 자유의 만남을 위해서이고, 그 다음의 책이 강같이 흐르는 하나님의 자유의 여정이다.

 

어떤 책이라도 일단 펴낸 후엔 저자가 애착을 갖는 것도 있고, 독자가 늦게라도 읽고 새롭게 저자와 그의 책을 새롭게 받아들여 인간관계를 새롭게 정리하는 경우가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으면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그 날 그 순간까진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다짐한 하나의 계기가 있다


사실 25년 전, 1995년에 펴낸 책은 이곳 일간지에 3년간 연재했던 칼럼을 모운 것인데, 대학생활 중에 한 때 같이 자취했던 두 친구 중의 한 친구로 아직도 신경정신과 개업의로 바쁜 사람이지만, 내 책 출판을 도와주었고, 그가 믿음의 식구들을 모아서 한국에서 그 책 출판 기념회에도 열어주었다. 물론 그 뒤에도 미국을 방문해서 몇 번이나 만나본 적은 있지만, 재작년, 2018년 자신이 미국에 오는데 뉴욕에 있는 친구와 함께 셋이서 만났으면 좋겠다며, 우리 부부의 비행기 표를 보내주었다. 자신이 도와서 한국에서 책을 출판했는데,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내가 쓴 책을 나눠주었으면서도, 자신은 그 책을 읽을 기회가 없다가 25년 후에야 두 달에 걸쳐 그 책을 정독을 하고나서 나를 꼭 만나봐야겠다고 작정하고 꼭 만나자고 제안해 왔다. 그래서 우리 세 친구, 아니 세 형제가 뉴욕에 있는 한 형제 집에 모여서 밥상머리에 앉아서 기도와 찬송으로, 또 돌아가면서 말씀을 나누며, 옛날에 하던 그대로 우리 세 형제 가족은 영적으로 풍성한 만남의 시간을 보냈다


그 형제는 내 책을 통해서 나의 내면의 세계를 깊이 알게 되었다며 더욱 진한 형제의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주었다. 나는 그 형제와의 관계를 통해서 글쓰기의 용기를 가지고 하늘의 사랑과 땅의 순종에 관한 구조적 조명을 통해서 사랑의 선후가 뒤바뀐 혼란스러운 세상을 몇 차례의 글로 조명해 보고픈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이 글이 한 편의 산문으로 끝날지, 아니면 또 다른 한 권의 책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글 제목 역시 사랑의 온화함과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고, 독자들의 가슴을 적시고, 감동을 주는 사랑이야기를 담아 풀어나가기엔 처음부터 적합지 않은 글제목이기에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엔 처음부터 적합지 않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사랑의 질서와 구조를 염두엔 둔 것이기에 사람들이 일상에서 실제로 주고받는 사랑의 행위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제로 삼은 하늘의 사랑, 땅의 순종에서 딱딱하게 생각되는 글 제목의 의미를 쉽게 눈치 챌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그렇다. 세상은 사랑이 없어서 어둡고 캄캄하게 된 것이 아니라, 바로 주인공 사랑의 주객이 전도되었기에 너무나 많은 사랑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어버린 오늘의 현실을 진솔하게 깨닫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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