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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04): 사람의 이야기(4) -낙원에서 사탄의 숙주(宿主)가 된 인간-

 

인간의 타락(3)

먼저 사람의 타락의 원천과 그 뿌리를 찾아 나서기 전에 하와가 대면했던 뱀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바른 순서가 아닐까 싶다. 최초의 여자를 찾아서 먼저 질문을 던진 자가 바로 뱀이었기에 뱀의 정체를 파악하기 전엔 사람의 타락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밝힐 수가 없을 것 같아서이다. 아무튼 하나님께서 사람의 삶의 터전으로 준비해주셨던 에덴동산엔 아담과 하와, 곧 첫 남자와 첫 여자, 단지 그 한 쌍의 남녀가 전부였다. 보통 사람의 타락은 사람에 의한 유혹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에덴에서 사람의 타락을 핑계할만한 다른 사람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사람의 타락에 최초의 원인 제공자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남녀가 한 몸 하나로 지음 받았기에 어느 편이든 어느 한 편이 타락하면 사람은, 곧 그 남녀 한 쌍은 동일하게 타락하게 돼 있다. 아담이 하와를 타락케 하든지 하와가 아담을 타락케 하든지, 어느 한 편이 원인 제공자이든 동일한 사람의 타락이지만, 그 자리에 여자를 유혹해서 타락시킬 다른 사람은 그 동산에 없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해서 밝혀두려는 것이다.

타락한 오늘의 우리의 모습 속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 무엇인가? 사람은 사람의 거짓과 속임수에 속거나 사람의 유혹에 넘어가 잘못을 저지르고 옆길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닌가? 물론 인간이 타락한 이후엔 다른 사물도 인간을 유혹하는 적대자로 변한 것이 사실이다. 남이 가진 물질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고, 남의 육체적 미모의 유혹을 피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첫 사람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사물의 유혹이 아니라, 뱀의 거짓된 말의 유혹에 맞장구를 치며 결코 범해선 안 되는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타락의 터널로 들어섰다. 결국 완전하게 지음 받은 신분에서 타락한 신분으로 바뀌면서, 소위 진화론자들의 헛된 이론과는 다르게 완전에서 불완전한 자로 타락에 타락을 거듭하게 된 것이 사람이다. 원숭이가 사람이 된 게 아니라, 사람이 오히려 개나 원숭이보다 못한 존재로 계속 타락했다. 이것이 인간의 타락사의 민낯이다.

에덴동산으로 하와를 찾아간 뱀이 결국 하와의 내면을 닮은 자의 표상으로 등장시켜 대화를 나누거나 하와 스스로를 유혹하는 역할을 위해 사용된 존재라면, 하와의 뱀과의 대화는 어쩌면 하와의 속마음에서 펼친 그 여인의 두 자아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뱀은 결국 사탄을 형상화한 존재로 하와의 속사람이 그의 겉 사람과의 대결해서 승리한 자였다고 말할 수가 있다. 실상 하나님께서 뱀을 지으신 창조주이시지만, ‘뱀은, 주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서 가장 간교하였다(3:1).’라고 기록해 두신 것은 뱀이 사람의 타락과 동시에 타락한 것이 아니라, 애당초 그렇게 지음 받은 존재란 뜻이다. 뱀은 분명히 하나님께서 지으신 들짐승이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여섯째 날 마지막 순간에 사람을 창조하시기(1:26) 직전, 바로 25절에 이렇게 기록돼 있다. ‘하나님이 들짐승을 그 종류대로, 집짐승도 그 종류대로, 들에 사는 모든 길짐승도 그 종류대로 만드셨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다는 선언 속엔 뱀도 들어있고, 그 뱀이 바로 모든 들짐승 중에서 가장 간교하다고 해도 하나님의 뜻에 맞춰 그의 간교함까지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면 뱀의 간교함 역시 하나님의 뜻을 펼치시는데 사용된 존재이니 하나님의 피조물들 중의 하나로 좋다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아의 홍수 심판의 경우에도 까마귀가 먼저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까마귀는 정결하지 못한 새였지만, 사채를 먹는 까마귀가 방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을 통해서 물의 심판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노아가 알아차릴 수 있었던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는가?

물론 뱀은 그 모양이 징그럽고 볼 때마다 몸이 오싹해지면서 내 기분을 언짢게 하는 들짐승 중의 하나이지만, 하나님께서 그를 완벽하게 지으셨고, ‘좋다고 선언하신 사실 앞에서 우리가 거기에 무어라 토를 달 수 있겠는가? 왜 교활한 뱀을 지으셔서 인간으로 하여금 죽을죄를 죄를 짓도록 하셨느냐고 항의하고 싶은가? 하지만 사람에게 선악을 알지 못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선악 개념을 먼저 설정해두신 건 모든 피조물에 관한 선악판단은 창조주 하나님의 소관이기에 하나님께서 좋다는 걸 따르면 그것은 좋은 것, 곧 선이고, 하나님께서 좋지 않다고 말씀하신 것은 좋지 않은 것, 곧 악이란 뜻이다. 인간이 저지르는 악을 처벌할 땐 인간이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처벌하지 않으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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