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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33): 겟세마네 기도로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주님의 뜻

 

 

십자가의 고난의 죽음을 바로 목전에 두신 주님께서 열한 제자들을 두 무리로 나눠서 서로 거리를 두게 하신 후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신 모습을 보면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문처럼 우리가 따라서 반복할 수 없는 주님만의 특별한 기도의 시간이었다는 걸 알 수가 있다(26:36-46).

더구나 기도하러 가시면서도 제자들에게 함께 기도하러 가자!’고 말씀하지 않으신 점이 우리들의 기도 모임과는 전혀 다르다. 일곱 제자는 조금 더 멀리, 그리고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는 좀 더 주님께 가까이 머물게 하시면서도 그들에게조차 구체적인 기도를 부탁치 않으신 것을 보게 된다. 결국 주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앞에 두고선 가까운 제자들에게조차 기도를 부탁치 않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먼저 빠져 나간 가룟 유다가 옆에 있지 않은 것조차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주님께서 구체적인 기도의 제목을 주시며 기도를 부탁하시지도 않으셨으니 제자들이 주님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 같다. 더구나 동산의 밤이라서 그들이 잠에 취한 것은 당연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주님께서 제자들과 떨어져서 기도하시는데 그 자리에 제자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은가?

 

배반을 행동에 옮기러 간 유다야 물론이지만, 겟세마네 동산에 주님을 따라간 11명 중 일곱 명은 실제로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 중에 베드로와 요한과 야보고, 세 제자만 따로 데리고 가시면서도 그들에게 주님께선 고민하고 슬퍼하시며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고 당부하셨다. 적어도 세 제자만큼은 주님의 아픔을 알고 깨어서 지켜보라고 당부하신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기도하고 싶더라도 주님의 기도를 따라 할 수 없다는 사실조차 주님만이 알 고 계실 뿐, 제자들이 알 수도 없고, 알아도 동일한 기도를 드릴 수가 없다는 사실을 주님께선 알고 계셨다. 만약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곧 닥칠 십자가의 고난에 대해 기도를 부탁하셨다면, 베드로가 다시 한 번 주님의그 길을 만류했을 법하지 않은가?

주님 홀로 감당하실 고난이고, 주님 홀로 아버지 하나님께 아뢸 수 있는 내용의 기도였기에 제자들에겐 그저 깨어서 주님을 지켜보는 것만이 최선이었기에 주님께서 깨어서 나를 보라고 부탁하신 것이다. 제자들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고 치더라도 잠만 자고 있었다는 건 주님의 고난이 그들의 관심 밖이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사실 오늘의 우리를 포함해서 인간들은 죄의 해결보다는 어떻게든 모든 것들을 잊고 편히 살아가기만을 바란다. 주님의 죽음이 우리 죄악의 유일한 해결책이란 사실에 별로 관심이 없다. 사실 하늘나라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어차피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에 지배되고 있다는 뜻이다. 죽음 이후보다는 살아있는 세상에서 영화를 누리려는 욕망이 훨씬 강하다.

 

진정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하다.’는 바울의 고백처럼 그리스도를 살아야만 죽음도 유익하다는 고백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서 좋은 것들을 찾아 의지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바울 사도와 같은 믿음의 고백이 우리 모두에게 증거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는 사실만큼은 고백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코로나-19 펜데믹의 아픔에 비교돼 우리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이 너무나 하찮게 여겨지는 것은 아닌지 각자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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