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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25): 화려한 거짓말 속에서 참말 찾기(1)
요즘 세상은 한 마디로 요지경이다. 요지경 속을 들여다보면, 다면체의 거울 속에 하나의 물체가 들어가면 찬란한 아름다움을 연출하듯이 거짓말 하나를 요지경 속에 넣어 이리저리 비쳐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모습이 등장하지만, 그 실체의 진실 여부를 알 수 없고, 화려한 무늬만 춤추는 모습이 그저 어지러움을 더해줄 뿐이다. 오늘도 하나의 거짓말이 불거져 나오면, 거짓말 한 사람의 대답은 간단하다. ‘모른다.’ ‘아니다.’ 혹은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이다.
여기서 우리는 당연히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법(法)! 그 법은 진정 참말을 입증하는 적절한 도구일까? 거짓말은 단지 예스와 노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거짓말은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많다. 묻는 말이 많아지거나 의심의 눈초리를 보면 거짓말은 더더욱 많아진다. 그 거짓말의 수효에 맞춰 그것들을 정죄하는 법을 만들어낼 수 없다. 법을 아무리 그럴싸하게 만들어도 인간의 창의적인 거짓말을 모두 덮을 순 없다. 인간들이 만든 법과 거짓말은 서로 어떤 관계일까? 법에 맞으면 그것은 진실이고, 법에 맞지 않으면 거짓말일까? 아니면, 혹시 진실을 다수결로 결정할 수가 있을까? 여론 조작으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을까? 그 어느 것도 사람과 그 숫자로, 혹은 사람들이 만든 법이나 제도로 진실을 가려낼 수가 없다. 그 행위 자체가 위선이요, 거짓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법으로 사람들을 감옥에 보냈다가도 틀렸다고 다시 개정하기도 하고, 다른 한 편에서 그것은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인간은 결국 법을 만들 자격이 결여된 존재이고, 법으로 말하는 정의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사람은 어느 면에서도 법을 만드는 주체가 될 수가 없다. 법을 만들면서 자신이 걸려있는 문제엔 선악 판단이 무뎌지고 눈을 감아버리기 마련이다. 그럼 누가 법을 만들 수 있느냐 다그쳐 물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람이 법을 만들 수 없다는 건 너무나도 확실하다. 왜 그렇다는 것인가? 만약 형무소에 수감된 죄수가 자신이 그곳에서 빠져나올 법을 만든다면, 그 법으로 그가 감옥에서 풀려나올 수 있겠는가? 물론 말도 안 되는 상상이다.
지음 받은 인간은 법을 만들어 스스로를 자제할 수도 없고, 법을 지켜서 의인이 될 수는 더더구나 난망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지으시고, 에덴에서 살게 하시면서 그 어떤 법으로 제한을 주지 않으셨다. 단지 하나님의 생명을 자유롭게 살도록 자유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시려고 오직 한 가지 부정명령, 곧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지 말라고 명령하셨고, 그 명령에 불순종하면 죽는다는 경고였다. 첫 사람, 아니 인류는 어쩌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에덴에서 살면서 오직 한 분 하나님만을 섬기고 순종하기를 바라신 것이 하나님의 유일한 요구였다.
한 가지의 부정명령이 없다면, 다른 모든 것들이 모두 허용된 긍정명령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오직 한 가지 부정명령을 주시며 오직 하나님께 순종하며 자유를 누리며 살기를 바라셨다. 하나님께 순종이 곧 지음 받은 피조물의 온전한 삶이고, 온전한 자유라는 뜻이다. 피조물이 법을 만들어 자신을 제어할 수 없고, 더더구나 하나님을 제재할 수가 없다. 인간이 법을 만들어 하나님을 향해 그 법을 따르라고 말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인간의 문제는 법으로 해결할 수 없게 돼 있다. 법을 어겨서 죄인이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떠나서 죄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불순종했기에 하나님을 떠난 것이다. 자신이 주인이 되고 자신이 곧 선악의 법이 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법을 지킨다고 해도 하나님께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 어떤 법도 아무 소용이 없다.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며 스스로 선한 척 했던 유대주의자들, 바리새파 사람들과 서기관들을 향한 우리 주님의 질책은 한 마디로 위선자란 책망이었다. 그들에게 법은 하나님을 대신하는 가장 확실한 도구였다. 그들은 법을 지켜서 선한 척 하며 하나님의 의와 대결하며 살았던 것, 그러나 주님께선 그들의 그런 행위가 위선이라고 못 박으셨다. 그들에게 법은 곧 위선의 도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