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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34): 생명의 열쇠로서의 믿음과 순종(2)
우리가 속해 있는 교회에선 때로 ‘믿음이냐, 행위냐?’란 주제를 세우고 서로 강조하는 토론대회를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말로 바꾸면, 바울과 야고보에게 각각 샅바를 채워서 씨름판으로 내보내 씨름을 시켜놓고 서로 자기편이 이기도록 응원하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어느 경기에선 당연히 바울이 이기기도 하지만, 때론 야고보의 강조가 더더욱 만만치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야고보 편에선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었다.’는 한 마디로 씨름을 끝내려고 하지만,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라야 구원을 받는다며’ 바울 편은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몇 번 바울 편에 서서 선수로 뛴 적도 있긴 하지만, 믿음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대신 야고보를 내세운 행위를 강조 편에선 육안에 비치는 구체적인 예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이기고 지는 것에 상관없이 토론대회의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야고보 편이 훨씬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믿음 편에서 믿음을 강조할 뿐, 오해를 받고 있는 야고보 편에 굳이 서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언제나 믿음 편에 서서 믿음에 초점을 두고 강조한다. 괜히 행위 편에 서서 억지를 부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행위를 강조하는 편을 향해서 행위 대신 순종이란 말로 그들이 강조하는 행위 개념을 바꿔주려고 힘주어 애쓰는 편이다. 행위와 순종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 사람들이 있을 터. 하지만 순종은 순종하는 사람의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순종을 요구하는 주체의 행위를 믿고 따르는 것이 순종이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지 말라.’고 말씀하신 명령에 따라 따먹지 않았다면, 그것은 순종이지만, 그가 자기 손을 내밀어 따먹었기에 그의 행위가 바로 불순종이라는 치명적인 자기 행위로 죽은 것이다.
하나님께서 첫 사람 부부에게 에덴에서 할 일을 맡기셨지만, 그들 부부가 맡겨진 일들을 했더라도 그것은 순종이었을 뿐, 그들의 행위가 아니다. 그들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면, 잘못을 회개하고 고치면 된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들에게 맡겨진 일을 행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금하신 일을 불순종했다. 그들이 순종으로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잘 해서 하나님께 영광과 기쁨을 선물한 것이 아니라. 순종은 순종하는 사람 본인의 행위가 아니라, 순종을 요구하는 주체의 행위를 그대로 따르기로 작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여 따르는 것이 순종이다. 고로 하나님께서 시키신 일을 감당하는 순종은 나의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에 순종하는 것이기에 나의 행위인 양 자랑할 수가 없다.
인간의 행위와 순종의 관계를 하나님의 창조질서 가운데서 그 예를 찾아보려고 한다. 우선 사람은 달(the moon)과 같다고 말할 수가 있다. 빛을 발하지 못하는 달, 단지 태양의 빛을 받아서 반사해주는 역할이 달의 순종인 것처럼 사람 역시 자신의 행위로 빛을 비추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서 하나님의 빛을 받아 세상을 비추어야 하는 순종의 삶이기 때문이다. 달이 태양의 빛을 받아 지구에 비추어주려면 정확하게 준비된 제 자리에 있어야 하듯이 사람이 하나님의 빛을 받아 세상에 빛을 비추어주려면 사람이 서있어야 할 자리에 분명히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과연 사람의 제 자리가 어디란 말인가? 물론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기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그 자리가 바로 사람이 서있어야 할 자리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나님을 떠났기에 하나님께로 되돌아가는 것이 제 자리를 찾는 회개이고, 회개로 만날 수 있는 분은 바로 오직 한 분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인간의 그 어떤 선행으로도 주님을 만날 수는 없다. 다만 그분을 믿고 그분 속에 안겨있을 때만이 그 자리가 바로 크리스천들이 서있어야 할 바르고 올곧은 자리이다. 누구라도 그 자리를 떠나면, 그 어떤 개개인의 아름다운 선행으로도 하나님의 빛을 받을 수 없으니 그의 자리는 항상 어둠일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빛 가운데 거하지 않으면서 바르고 환하게 산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고, 세상에 빛을 비추며 살아가는 일과는 더더구나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