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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63): 두 나무 앞에 선 사람
에덴동산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던 첫 사람 부부
처음부터 먹을 것엔 별로 관심도 없었다
지천으로 깔려 있는 먹을거리 앞에서
무엇으로 배를 채우지? 이런 걱정이 왜 필요했겠는가?
온갖 짐승들조차 걱정 없이, 두려움 없이
꽉 채운 배를 부둥켜안고 빈둥빈둥 놀고 있는 판국에, 그래도
그들과는 똑 같은 걸 먹을 수 없다는 얄팍한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그들은 유독
동산 중앙에 있는 두 과일 나무 앞에선
무엇을 먹을지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생명이냐, 아니면 지식이냐? 하지만 생명이든 지식이든
결국 자유 없인 어느 것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아차릴지 못했다. 이미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살고 있었지만, 어떻게 살지? 아마도 그들은
지식으로 머리를 채워 그 무게를 더욱 올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더구나
금지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가 훨씬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자
안목의 정욕에 그들 모두가 묻혀버리고 말았다
유독 그 나무의 열매 하나만을 금하셨으니, 그 열매가 더더욱 먹고 싶어졌다
‘먹지 말라’는 부정명령 하나의 소중한 가치가 겨우
자유의 규제, 빨간 딱지 한 장쯤으로 보였을까?
에덴동산에서 그들은
‘알아야 면장을 하지’, 그래 무언가를 알아야 하지, 애당초
면장노릇 하려는 얄팍한 생각에 유일한 지식의 나무에
눈의 초점을 맞추자 안목의 정욕에 빠지고 말았다
생명을 지키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식을 취하려다가 죽은 어리석은 사람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
에덴에서 울려 퍼진 구호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 선택한 지식을 붙들고 금보다 귀한
생명을 땅속에 묻어 죽게 한 어리석은 사람
선악의 지식을 얻기 위한 탐욕에 구원의 지식을 깡그리 팽개친
분별력을 상실한 어리석은 너와 나
우리 모두의 조상,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