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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489): 행복 추구에 뒤따라야 할 요소 2
행복, 자유 그리고 사랑
어디서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없을 때, 누구의 말이든 상관없이 그 말이 효력을 나타내는 상대는 없다. 사람들의 말은 듣는 사람과의 관계 설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글로 말하든, 그림으로 말하든, 수화로 말하든 혹은 전화로 말하든 그 말은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생명 도구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어쩌면 인간의 모든 언어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이뤄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필요한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온 우주 만물은 모두 서로라는 관계 속에 있다. 만약 관계를 이루려는 의지도 없고,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게 되면, 언젠가는 저절로 관계에서 이탈하면서 관계없음이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불현듯 불에 타서 공중으로 날아가 사라지는 불탄 재가 그런 것이고, 광활한 밤하늘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처럼 사라지는 별똥별이 또한 그런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마저 하찮은 것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이미 그의 존재 의미를 모두 수행한 다음에 반드시 뒤따르는 크고 작은 장례 절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의 싱싱한 푸르름이 기온이 낮아지면서 차츰 울긋불긋한 색깔로 바뀌면서 향방 없이 어디론가 날아가 없어진다고 해서 봄에 자라나 여름의 푸르름을 잊고 단풍들어 끝내 낙엽처럼 사라져버렸다고 해서 그 사실을 ‘의미 없음’이라고 단정지어버릴 수는 없다. 이미 사라져 없어진 것들을 붙잡고서라도 의미를 추구하는 시인(時人)은 그들과 더불어 의미 있는 삶을 이어가는 걸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우리 육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없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상이 비정상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봄과 여름이라는 계절 변화도 정상이고, 다른 정상, 곧 가을과 겨울이란 또 다른 정상에 맞춰 옷을 바꿔 입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의 정상적인 흐름은 어떠한가? 우선 사랑을 빼놓고 행복을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사랑이 있다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과 사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가 있으니 바로 자유이다. 자유를 빼고서도 사랑이나 행복이 가능할까? 강압적으로 사랑이, 강압적인 행복이 가능할지 생각해 보자. 억지 사랑도, 억지 행복도 결코 가능치 않으니, 행복을 행복 되게 하고, 사랑을 사랑 되게 하는 핵심 요소가 자유라는 말에 누가 토를 달 수 있겠는가?
특히 자유는 사회나 국가가 제공하는 선물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나 국가는 자유를 억압할 수는 있지만, 자유를 주는 주체가 되진 못한다. 자유는 사회나 국가가 선물하는 주체가 아니고, 인간의 이념이 제공하는 선물은 더더구나 아니다. 이념은 인간사회를 붙들어 매는 감옥이나 감옥의 간수와 같을지라도, 결코 인간에게 행복이나 자유나 사랑을 제공하는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에서든 백성들이 외치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간절한 외침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백성들의 외치는 자유가 사랑의 요소나 행복의 절대 요소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