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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494): 고대 희랍의 옛 모습에서 본 지붕 없는 건물들
결국, 이런저런 내 마음의 부담감은 컸지만, 딸네 가정이 준비한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해 첫 바닷길 여행길이 아주 길었다. 하지만, 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바로 눈 앞에 펼쳐진 작은 TV 화면이 저절로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실제로 뭘 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으니 달리 할 일이 무엇인가? 더구나 영화나 드라마 같은 화면엔 눈을 고정하지 않은 채 산지 꽤 오래되었지만, 비행기 안에서 억지로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눈앞에 전개된 작은 화면을 이리저리 밀어서 무언가 볼만한 것이 있나 없나 찾다 보니 다큐멘터리 난에 그리스 여행기가 등장했다. 그것을 클릭해서 보기 시작했다. 미국의 코미디언 크리스 맥카우슬랜드가 세계에서 가장 멋진 장소가 그리스라면서 유명한 친구를 데리고 다니면서 그 친구의 해설을 들으면서 그리스 여행기를 보여주는 이름하여 ‘내가 보지 못한 세계의 신비’라는 제목의 여행기였다. 그가 이리저리 인도하며 보여준 그리스 옛 모습 속엔 늘 그러하듯이 올림픽 경기장이 등장했고, 여러 사진이나 티브이 화면에서 보았던 거의 같은 내용이 등장했다.
하지만 예전에도 여러 번 사진에서 본 광경이지만, 이번엔 건물의 기둥만 남아 있거나 혹은 건물의 외벽은 멀쩡한데 모든 건물에 지붕이 없어진 모습이 퍽 신기하게 보였다. 이민 초기에 시카고 아파트에서도 살아보았고, 스코키의 개인 집에서도 살아보았지만, 대체로 이곳의 집들은 지붕이 약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집을 고치는 보면 지붕을 손질하는 일꾼들의 광경을 가장 많이 보았다. 그렇다면, 그리스의 옛 건물들도 지붕이 약해서 오래된 모든 건물의 지붕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한국의 옛 초가집처럼 몇 년마다 지붕을 새롭게 바꾸는 것과 같은 원리 때문일까? 지붕은 하늘과 가장 가까이 있는 중요한 것인데 왜 그리 약하게 만들어서 오래되면, 별로 볼품도 없이 날렵하게 지어진 지붕부터 망가지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걸음을 걸을 때 한 발을 땅에, 다른 한 발은 하늘에 올리고 걷는다는 걸 생각해보진 않았는가? 사실 하늘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땅과 마주하고 있다. 땅과 마주하지 않으면, 우리는 걸을 수가 없다. 땅에 산다고 하늘을 무시하면, 지붕뿐만 아니라, 땅도 온전치 못하다. 지붕이 무너지는 것을 고쳐 쓸 수 있지만, 땅이 무너지면, 집을 모두 통째로 새로 지어야 하지만, 실제로 다시 집을 지을 수 없이 땅이 밑으로 꺼져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의 일상의 모습을 집의 맨 꼭대기를 장식하고 하늘에 맞닿아야 있는 지붕 관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모습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이 무엇인가? 우리가 하루라도 하늘을 무시하고 살아갈 수 있는가? 왜 하늘을 우러러보고 살아야 하는가? 왜 우리가 하늘을 무시하고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해버리고 있는가? 우선 하늘과 땅을 창조하셔서 하늘과 땅을 하나로 묶어 그 가운에 온 우주 만물을 채워 넣으신 창조주 하나님, 그분의 주인 되심을 감사하며 존경하며, 사랑하며 받들고 살지 않으면, 언제든 하늘과 땅이 무너질 때가 있다는 걸 싹쓸이 지붕이 사라진 희랍의 옛 건물들에서 경고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