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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84): 실패한 권력과 실패한 다윗
이스라엘 외의 이방나라들의 왕권은 백성들이 원하고 자기 주인이 있어야만 다른 족속과의 분쟁이나 싸움에서도 자신들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 왕을 세우기도 하고, 백성들의 그러한 생각을 알고선 어느 힘 센 자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내세워 왕이 되기도 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선 누구라도 주인이 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저 사람과 싸워 이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걸 봐서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면 모든 피조물 가운데는 이것과 저것의 선후가 있고, 크고 작은 대소(大小)가 있고, 서로 힘의 차이인 강약이 존재한다. 창조주 하나님께선 모든 것들을 종류별로 나누셨고, 동일하게 만들지 않으셨고, 같은 종류라도 동일한 것이 하나도 없도록 지으셨다. 모두가 동일하다면 같은 종류라도 하나 되어 살아갈 수가 없다. 모두가 서로 싸우다가 다 같이 죽게 돼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아브람을 선택해서 약속하신대로 자기 백성을 삼으셨기에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셨지만, 그들의 왕으로 하나님께서 친히 그들을 다스리셨다. 때문에 자기 백성들을 다스릴 사람을 뽑아 왕으로 세우지 않으셨고, 백성이 왕을 원한다는 아시고, 사무엘을 통해 경고를 발하신 후 세우도록 허락하셨다. 사실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자신들의 모든 잘못되는 게 모두 왕을 허락지 않으신 하나님의 탓으로 핑계할 것임을 알고 계셨다.
먼저 자기 백성을 삼으시려고 지금의 이라크 땅 우르에서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가나안 땅으로 보내셨을 때도, 그 땅엔 이미 이방민족들이 각 종족마다 도시국가 형태를 갖춘 가운데 왕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아브라함에서 이삭으로, 이삭에서 야곱의 시대로 흐르는 동안에도, 더구나 이집트에서 마치 군사 대국이 된 나라처럼 이집트조차 두려워할 만큼 강대해졌지만, 출애굽 때에도 목자처럼 모세와 아론에게 지팡이를 들려 앞장 세우셨고, 그들 1세대가 모래사막에서 모두 죽은 후 다시 여호수아를 세워 이끌게 하실 때에도 가나안 입성에 앞서 그의 발에서 신발을 벗기신 것도 하나님께 온전히 순종하는 일꾼이 되라는 증표의 하나였다. 여호수아가 이끄는 그 백성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스스로 다스리신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 그 땅의 왕권 하에 있는 종족들과의 정복전쟁에서도 이스라엘에 왕권을 세워 다른 나라들처럼 사람들의 힘을 이용치 않으셨다.
다윗은 그가 왕이 되기 전 목동으로 이스라엘의 적 불레셋을 무찌른 승리의 사람이었고, 사울 왕의 눈에 들어 그의 사위가 되었지만, 사울 왕과 그의 아들 요나단이 죽자 자연스럽게 이스라엘의 왕의 자리에 올라서 왕으로서 너무나도 당연한 듯 권력을 남용해 밧세바를 취했고, 자신의 행위를 은폐하려고 충성스러운 군인을 죽게 만들어 밧세바를 아내로 삼았으나 그의 왕권의 실패가 오히려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돼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 다윗은 백성의 왕이 아니라, 그들을 섬기는 목자였고,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의 긍휼만을 소원하며, ‘나의 왕, 나의 하나님’을 부르며, 자신의 탄식의 소리에 귀기울여주시길 소원한 걸 볼 수 있다(시5:1-2). 하나님께 종의 모습을 잃으면 곧바로 실패한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