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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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다!’ - 이번 서울 길의 첫 느낌입니다. 월요일 출타는 주일의 피로감 때문에 항상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3시간 반 전 집에서 나왔고, 시카고를 출발한 지 14시간 30분이 넘어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쾌적한 나들이가 되도록 승무원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긴 시간의 무거움과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바로 버스를 타야 밤 늦지 않게 시골에 도착하는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습니다. 15년 쌓아 둔 가족 마일리지 합산으로 두 장의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었는데, 마일리지 항공권이라 그런지 비행기 끝부분에 앉혔습니다. 앞 사람 모두 나간 뒤에야 나올 수 있었고 가방도 늦게 나왔으니 ‘6시 30분 전주 행 버스는 떠나고’ 없었습니다. 네 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탄 막차는 인심 좋은 동네 아저씨처럼 여기저기 들리며 평소보다 한시간 반이나 더 걸린 4시간 30분을 달렸습니다. 결국 스물 여섯 시간 만에 짐을 풀 수 있었기에 [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모아둔 마일리지가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공항’ - 이번 ‘길 묵상’거리입니다. 공항은 드나드는 곳이지 사는 곳은 아닙니다. 긴 여행에 피곤한 몸들이 재빠르게 빠져나갑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네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아예 자리 잡고 앉아 몸과 짐을 긴 의자에 풀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쁘게 오르던 산길에 잠시 쉬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풀벌레 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전에 안 보이던 ‘공항’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예 산책하듯 위 아래 층 넓게 걸어 다녀보니 공항은 정말 큰 집이었습니다. 큰 집에는 다양한 그릇이 많듯 드나드는 사람도 다양하고 많았으며, 큰 집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신선한 이른 아침과 많은 사람이 붐비는 대낮은 물론이요, 늦은 밤 적막한 공항 속에도 그들은 ‘공항’의 기운을 만들고 내고 있습니다. 공식 통계를 찾아보니, 그런 분들이 인천 공항만 해도 약 7만여명이라 합니다. 비정규직 및 하청업체 인원까지 포함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그 분들이 숫자에서 제외되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공항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공항’하면 조종사와 승무원들을 먼저 떠올리는데, 그들 뿐만이 아닙니다. 화장실 청소, 거리 청소, 안내, 체크인 데스크, 탑승 도우미, 항공 지상요원, 음식 담당자, 비행기 내 청소와 화장실 관리, 화물 싣고 내리는 사람, 활주로 담당자, 관제탑 담당자, 식당과 서점을 비롯한 각종 상업 시절 종사자, 호텔과 라운지 등 각종 편의 시절 종사자, 보안 담당자, 내외국인 출입국 관리자, 은행과 환전 관련자, 세금 관련자, 농수산물 담당자, 전철과 버스 직원, 여행 안내, 호텔과 자동차 안내, 주차 담당 등 직책과 분야를 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낮과 밤으로 [공항]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들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자기자리를 이탈하거나 자기 임무에 충실치 못하면, 그 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불편을 겪게 되고, 만일 그 곳 혹은 그 사람이 여행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는 자리라면, 어느 누군가의 여행은 안 좋은 기억으로 멈출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공항을 드나들며 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모든 분들의 말 없는 수고 덕분이었습니다. 비록 기능과 임무가 다르지만, 그들 중에 덜 중요한 사람은 하나도 없음을 생각하며 모두에게 마음으로박수를 보냈습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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