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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392): 「그 말씀에서」 싹튼 생명의 씨앗들(3)
1. 하나님의 창작품이 아닌 것은 그 무엇이든 하나님의 것이 될 수 없다. 하나님의 것이 아닌 것을 하나님께서 자신의 소유처럼 돌보실 수 없기 때문이다. 온 우주만물이 모두 하나님의 피조물이고, 사람들은 그 중 어느 것을 재료로 사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만, 그 재료조차 그것을 만드신 분의 뜻에 맞는지 살펴야 한다. 이미 하나님께서 비축해 놓으신 재료들이 마치 자신들만의 것, 혹은 자기 나라 땅만의 것인 양 국가적으로 탐욕을 부리기 전에 하나님께 사용허가증을 청구해야 한다. 유한한 인간은 주인이 될 수 없다.
2. 하나님의 작품인 첫 가정의 생명질서가 에덴동산에서 마비돼 버린 비극은 진정 그 첫 가정의 비극이 곧 인류 비극의 역사로 계속 이어진다. 하나님께서 남자를 먼저 지으셨다. 남자는 곧 사람을 대표하고, 남자와 여자를 합하여 사람이라고 선언하셨다. 남자의 한 몸을 나누어 여자를 만드신 것이 사람, 곧 남자와 여자가 하나일 때 사람이고 사람의 역사는 그렇게 계속 이어가도록 창조하셨다. 사람의 거처로 에덴을 창설하시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생명나무’를 동산에 심어두시고, 사실은 아담에게 ‘따 먹지 말라’ 명하시고, ‘먹는 날에 죽는다’,고 엄히 선언하셨다. 한 가지 부정명령은 사람의 자유의지의 정체성을 지키라는 시험문제였다. 그러나 앞서 나서지 않아야 할 여자 이브가 선악과를 따서 마치 엄마가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어 먹이듯 그 열매를 아담에게 주었다. 남편이 아내로부터 금단의 열매를 얻어먹었다. 그들은 한 몸이기에 누가 따든, 먹든 그들은 동일한 죄로 하나님과 영적 단절로 첫 가정은 존재 자체가 비극의 주인공이 돼버린 것. 어느 한 편이 먹지 않았다고 해도 부부의 선후가 이미 뒤바뀐 그 자체가 곧 가정의 비극이다.
3. 에덴에서 시작된 비극에 휩싸인 첫 가정에 대한 하나님의 조치는 첫 사람, 첫 부부의 에덴의 동편으로의 축출이었다. 첫 가정의 역사는 낙원이 아닌, 에덴의 동편에서 죄인 부부로 가정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죄짓기 전에 자유의지를 지키도록 주신 선악과 시험에서 낙방해 자유를 잃고, 더구나 죽음을 안고, 시작된 첫 가정이 에덴의 동편에 어느 곳에 자리 잡은 것이다. 이브가 먼저 따서 먹었고, 어쩌면 맛이 있어서 남편에게도 먹어보라며 건네주었는지 모른다. 아마도 그 열매의 맛이 형편없었더라면, 남편에게는 주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이브가 남편에게 주지 않아서 혼자 먹었더라도 첫 가정이 깨진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 돼버렸다. 그들은 둘이면서 동시에 한 몸이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죄라고 해도 둘이 함께 지게 돼 있어서 가정의 붕괴는 어느 한 편만 무너져도 그것으로 가정은 깨져버린 공동 운명체가 된 것이다.
4. 첫날 빛이 지음 받기 전에 어둠이 있었다. 그 어둠은 빛의 존재로 가려진 그늘처럼 생긴 어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창조 첫날에 빛을 창조하심으로 그 영향을 벗어나 있던 기존의 어둠을 빛으로 나누어 밤과 낮을 만드셔서 시간 곧 하루를 지으셨다. 하나님의 피조물인 하루, 그 시간은 어둠과 빛의 합작품이다. 낮과 밤이 있는 한 시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