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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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누군가 선택해야 할 때 등수를 매길 수밖에 없습니다. 10명 정원에 100명이 지원했다면 90명이 남습니다. 다 뽑을 수 없으니 어떤 기준을 두고 가려내야만 합니다. ‘변별력’이라는 말이 이럴 때 자주 사용되지만, 사실 자격이 없어서 남는 것은 아닙니다. 자격 있는 사람 100명 중에, 지금 여기에 필요한 10명을 고를 뿐입니다. 10명과 90명을 보는 시각이 다르면 안 되는데, 사회는 그들을 다르게 보도록 우리를 학습시켜왔습니다.
‘미래의 변별력 우위’를 점령하기 위해 학생들은 ‘현재의 성적’이라는 고개를 넘습니다. ‘공부해라!’는 말은 인생 선배 부모님들이 모든 것을 담아 함축한 말이자, 학생들이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듣는 ‘교과서’적인 말이 되었습니다. 우수한 대학과 좋은 직장에 들어간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인생의 지존모델이자 결혼 대상자 영 순위에 오르는 영광이기도 합니다. 지나친 등수 매기기의 폐해를 아는 일부 의식 있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는 성적을 매기지 말자고 부르짖지만, 같은 날 신문 한편에는 의대 진학을 위해서는 유치원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기사가 버젓이 자리 잡습니다. (물론 한국 이야기입니다.)
한 번의 점수 순위가 영원하지는 않았습니다. 노력하면 학년이 바뀌고 상급학교에서 순위가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상황이 다른가 봅니다.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 절대적인 순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다이아몬드 수저, 금수저, 흙수저 등으로 표현하는 ‘출생 등급’이 그것입니다. 출생의 경제적 의미가 학업 성취 순위를 좌우할 뿐 아니라, 인생 성공의 확률을 확정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이런 천박한 표현이 아직 힘을 잃지 않고 사회 현상의 하나로 자리 잡는 것을 보면, 높은 등급에 속했다는 것 하나 때문에 인생 전체가 보장된 어떤 사람들이 ‘등급 굳히기’에 들어간 것 아닌가 싶습니다.
남 이야기만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게 없는 것의 등급에는 무관심한 반면, 내게 있는 것의 등급에 민감한 우리들입니다. 재산, 미모, 열성, 집, 자동차, 자녀, 나이, 세대, 직장, 여행 회수, 특정 정보, 특정 지식 등에 스스로 등급을 매겨 누군가를 무시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비난하기도 하며, 또는 누군가를 우러러보기도 합니다. 이런 ‘등급 놀이’는 유익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등수를 매기며 우리의 이름표를 만들겠지만, 우리가 몸소 나서서 갖가지 등수는 매길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이 매긴 어떤 등수의 의미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 사랑이 최고의 의미이기 때문이자, 우리들의 신앙, 헌신, 사랑, 순종 등에 등급은 없고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많은 자가 더 나눠줍니다. 우리는 이번에는 받지만 나중에는 나눠주고, 지금은 나눠주지만 나중에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등급 매겨진 쌀 포대자루나 항공권이 아닙니다. 서로에게 사랑의 대상이며, 헌신의 주체이고, 함께 목회하는 사람들입니다. 서투른 등급매기기 놀이에 빠지지 말고, 확실한 서로 사랑과 서로 섬김으로 살아갑시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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