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게시판
HOME > 나눔터 > 나눔 게시판
짧은 글(408): 오랜만에 맛본 수양회의 진수<1>
하나님을 주인, 혹은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그 주인, 그 아버지의 생각과 뜻을 바르게 받들기 위해서 모임의 주제를 세우는 일은 비교적 쉬운 일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 하나의 주제를 살리기 위해서 각계각층이 상하의 구별없이 한 가정의 형제자매들처럼 일사분란하게 하나님의 가정의 일들을 온전히 꾸려나가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위스칸신 그린 레이크 컨퍼런스 센터에서 가진 그레이스 가정교회 모임은 쉽지 않은 일에 A 학점을 부여할 만큼 완성도가 아주 높았다는 게 저 개인의 의견이다. 하나하나의 가정보다는 전체가 모인 하나님의 큰 가정이 하나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다른 많은 분들의 의견도 동일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93세의 할머니에서부터 어린아이까지 짜증내거나 혹은 울음소리를 들어 보지 않았을 만큼, 모든 모임에 열심이었고, 참여는 곧 기쁨이었다. 모두가 억지로 끌려온 사람처럼 불평하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안전을 위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어디서든 돌봐주는 분들이 있었고, 분에 넘치게 칭찬하며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 격려와 칭찬이 오히려 마음 속엔 부끄러움이 되기도 했지만, 그런 격려가 입발림이 아닌 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할만큼 순전하다 생각돼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번 수양회의 좋은 결과가 우리 가정이, 우리 교회가 진정 하나님의 영적 가정으로서의 실질적인 출발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런 우려가 한 번의 마음 아픈 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쁨도 오래 가지 않지만, 아픔은 더더욱 치유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기쁨도 사라지고, 아픔의 치유조차 힘들다면, 훨씬 더 힘든 영적 가정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앞에 우리의 육적인 가정과 영적 가정은 원래 병행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어야 한다.
이 번 수양회에서 원목사님께서 외치신 건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가정의 형제자매'라는 하나의 메시지였는데, 표어대로라면 '끼리를 넘어 우리', 곧 '하나되자!'이다. 과연 그 메시지의 실현이 가능할까? 그러나 이런 부정적 의문보다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지으시기 이전부터, 아니면 아담과 하와를 지으시기 전에 이미 하나님의 약속 가운데 들어 있던 계획이었다고 말하면 우리가 의문을 가지고 바라볼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현되도록 설계돼 있음을 인정하고 우리가 살아 있을 때 믿음으로 받아들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 생전에 그 사실의 약속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주님의 부활이 바로 하나님의 가정의 장자의 신분이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오류를 빠지게 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는 창조하면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창조전에 미리 정해진 그대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온 우주만물이 창조되었다. 이것이 하나님의 창조질서요, 생명질서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법 자체가 먼저 약속하신 바를 스스로 지켜서 이뤄가신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은 약속의 책으로 한권에 묶어두신 것이다. 하나님의 약속을 우리가 임의로 개정할 수가 없다. 우리의 약속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믿음은 하나님의 약속을 받아들인 자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애당초 그 선물을 거절했으면 몰라도, 받아들여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자라면, 서로 나눠진 '끼리'가 아니라, 하나된 형제자매인 생명질서에 순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