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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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목회나 대인관계의 몇 가지 다짐이 있는데 그중 장례나 혼인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장로님들 자녀 결혼식은 먼 곳이라도 찾아가고, 성도가 천국에 가면 어디에 나가 있든지 돌아오며, 부모형제 장례식에는 꼭 참석한다는 것이었습니다.일정이나 비용 등보다 사랑의 도리를 먼저 생각하자는 의도에서였습니다. 한다고 했습니다만 마음의 빚으로 남은 경우도 있습니다. 즐거운 혼인 잔치는 그래도 미안함이 덜하지만, 장례는 생각할수록 미안함이 깊어집니다.
김정애 권사님의 장례가 그렇게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돌아가셨다는데 목요일 밤늦게 소식을 들었습니다. 피곤한 몸에도 마음이 분주해졌습니다. 먼저 상황을 파악해야 했습니다. 여기저기 카톡을 보내고 이 사람 저 사람과 통화했습니다. 대답을 기다리는 몇 시간이 초조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행기표를 예매했습니다. 급한 항공권 값은 천정부지일 것이 분명했기에, 발 빠르게 몇몇 여행과 항공사 웹사이트를 드나들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은 지 몇 시간 만에 상대적으로 괜찮은 값을 찾았습니다. 하루가 안되는 출발시간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더욱 분주해졌습니다. 그러는 동안 유가족의 상황을 파악하고 교회가 장례예배를 주관하도록 간곡히 권고했던 서기 장로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가족장으로 하겠다는 유가족 의지를 존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도 가야 할 것 같아서 인터넷 체크인 버튼을 클릭하고, 무엇이 지혜로운지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마음 빚으로 남기며 항공권을 취소하였습니다.
쉼의 시간 – 노르웨이 한 달 살기 – 는 마치 묵은 때를 벗어내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살아오던 일상의 유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한없이 멍 때리기, 거실에 앉아 이곳 특유의 화로에 장작 태우기, 버스와 기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어딘가 다녀오기, 항구와 해변 거리에 한 사람의 관광객으로 산책하기, 지금까지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들을 ‘억지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시계가 다소 멀어졌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니 한 시간에도 몇 번씩이라도 시계를 바라보며 일정을 따라 살았는데, 지금은 시계 볼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습관적으로 시계에 눈이 가긴 하지만, 그보다는 밖이 어두워졌는지 아니면 밝아졌는지를 살펴봅니다. 밤 11 시가 되어도 어둡지 않은 작은 백야 때문에 한두 번 속은 것이 아니지만, 단순하게 밝고 어둠을 따라 하루를 움직여 봅니다. 그렇다고 이곳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시간 맞춰 출퇴근을 하고,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제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따뜻한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신 권사님은 신실하신 앞모습을 보이며 하나님 앞에 등장하셨을 것입니다. 남는 뒷모습도 중요하고 좋아야 하지만, 보이는 앞모습이 훨씬 더 좋으면 좋겠습니다. 노르웨이 한 달 살기 중 나의 뒷모습에서 나의 앞모습으로 무게 이동을 배웁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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