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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것에 대하여
정정길
내가 운전할 때 마누라가 “여보!” 하면 너무 빨리 달린다는 경고였던
것이 언제 부턴가 똑같은 “여보!”가 너무 느리다는 뜻으로 변해버린
것을 뒤늦게 께닫고 이렇게 늙는구나하고 혼자 웃은 적이있읍니다.
“느리다”는 말은 어릴적 부터 나에게 따라다녔던 그림자 같은 것이나
나에게는 친근한 말일 뿐더러 치명적인 흉이었습니다.
산업화사회를 살아 오면서 “느리다”는 형용사는 좀 모자라다는 뜻이
었습니다.
사람이 시간을 재기 시작하고 이것을 최소 단위 까지 쪼개기 시작하면서
속도는 우리의 덕목 중에 상위권을 차지하고 시간이 우리를 지배하기
까지 되었습니다. 우리는 언제가 점심 시간 인가? 점심 먹고 싶을 때가
점심 시간이어야 하는데 시계가 점심 먹으라면 먹는 세상이 아닌가.
온통 속도를 숭배하는 광신도들의 세상 입니다. 콤퓨터의 클릭의 1초를
당기기위해 멀쩡한 콤퓨터를 바꿉니다. 오래 전에 Indy500의 qualification
(본 시합 1주전)에 가본적이 있는데 뿡~하고 사라지는 자동차는 관심도
없는 듯 했고 모두가 무엇에 취한 듯했었다.speed가 주는 환각이었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 잠에서 깨면 제일 처음 무엇 부터 하싶니까?
저는 시계를 보는 일 부터 합니다. 이후로는 시계가 하라는 대로
하루가 가고 온다. 19세기말 Fred Taylor라는 친구는 제철소에서 일하는
인부의 작업 방법을 stop watch로 재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표준
작업을 고안했다. 인간의 개성 보다는 system이 우선인 사회가 시작된다.
내가 왜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가 하면, 이런 사회에서
시대를 잘 못 타고난 내가 격었어야 했던 어려움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3주 전입니다. 의사의 집요한 권유로 대장내시경이라는 것을 했는데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에 마취에서 깨어난 나를 의사선생님은 참을성이
없다고 호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참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집에와서
가만히 생각하니 아니, 선생님이 화 낼게 아니라 내가 화를 냈어야
했는데 야단 만 맞고온 내 스스로가 미워서 혼났던 일이 있었지요.항상
한 박자가 늦습니다. 이러니 뭐가 되겠어요?
나는 임진왜난 정도 쯤 태어났었으면 빛을 보았을 인물인데.
오랜 세월 2류 인생을 참고 살아왔는데, 세상 한 구석에서 “느린 것”을
추구하는 새로운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예를 들면 slow food운동이라던가 slow urbanism이라고 도시를 느리게
살도록 설계하는 것 등 反 speed운동이 여러 곳에서 일어 나고 있습니다.
요가나 氣 등도 이런 운동의 하나로 여겨지지요.질이 양보다 우선인 사회,
어디로 가고있는지 잠시 생각하며 살수있는 여유있는 사회가 빨리 와서
좀 느린 사람도 대우 받는 세상을 기대해 봅니다.
저는 또 이런 의문이 있습니다. 한번에 3천명을 전도한 베드로와 한 번의
설교로 순교한 스데반 에게,상 주시는 공평하신 하나님께서 어떤 상을
각각 주셨을까요? 누가 금메달일가요?
목장에서 열매가 없는 듯하여 속상해하는 여러분 힘내십시요. 우리가
모르는 어디에선가 열매가 열릴 것이고 주께서 상 주실 것을 믿습니다.
“느린 것”도 미덕이 되는 시대가 오고야 말 것입니다.
Comment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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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2012.11.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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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은
2012.11.16 02:00
집사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집사님께서는 스스로 본인을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강점을 지니셨다고 전 강력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언제 스치며 뵈어도 늘 여유있게 웃어주시고, 이렇게 게시판에 늘 재치 있는,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을 남겨 주시고....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게 보아 주시는 눈과 귀와 마음이 있으시고.... 지금도 가을엔 이따금 집사님이 권해주셨던 음악이나, 단풍이 너무 눈물겹게 아름다웠었더라고 남겨주셨던 글을 떠올립니다. 하나님의 열심으로 사랑하고 섬기되, 빠른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마음. 오늘도 다시한번 제 마음을 다독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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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2012.11.16 07:47
집사님, CD생각이 나시는 모양 입니다. mail box 체크하세요.
칭찬이 과해서리... 고맙습니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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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2012.11.17 05:53
저는 3분 안에 먹는 사발면보다, 파 넣고 계란 넣어 끓여 먹는 라면이 더 좋습니다.
집사님,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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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숙B
2012.11.18 20:51
집사님 ,
빨리를 선호하던 저 역시 나이 탓인지( ^^;;; ) 많이 느려져서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세상 풍조를 쫓아 가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에 다시한번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로 저를 돌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것도 보시고 다른 것도 세시는 넓고 좋으신 분이시니
나중에 그 날이 오면 뭔가가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열매 없다 낙심하지 않고 늘 기도하면서 천천히 호흡하며 쭈욱 가도록 하겠습니다.
느린 나를 만드신 분도 하나님, 그니까 집사님도 하나님 믿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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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2012.11.19 10:24
박목사님, 저는 밤새 고운 설렁탕인데요. 윤집사님, 오랫만입니다. 집사님 진솔한 글 다시 보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노력하여 이곳이 여러분들이 찾아와서 공감하고 웃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뎃글에라도 참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를 만듭시다. 권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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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석
2012.11.25 14:35
모처럼 이곳에 와보니 많은 변화가 있었군요....
근데..... 집사님?
모종의 뒷거래가 있는 것인지 CD가 왔가갔다 하는것이 보이는디......
이거 이래도 되는겁니까?
건전한 웹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이러면 안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일단 저한테 하나 보내 줘 보세요!!
유해의 유무성을 심사할 필요가 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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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2012.11.26 11:14
무엇 앞에선 찬물도 못 마신다했습니까?
눈치가 빠르신 분이 왜 "느린 것" 이야기에 끼어드십니까?
목사님이 심사를 하시겠다니까 어쩔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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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2012.11.26 11:23
또 심사하실 분 안계십니끼? 손드세요.
No. | Subject | Author | D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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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박강석목사님 글에 댓글을 달면서 충청도 사람들을 폄하한 적이 있은 후에
이 친구 행동이 좀 수상해졌습니다. 삐친 것같아요.그래도 좀 달래봐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