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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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직립보행을 합니다. ‘걸음’은 참 중요합니다. 뒷짐지고 동네 한 바퀴 돌던 엣어른이나, 규칙적으로 산책했던 철학자 칸트에게 ‘걸음’을 사람다워지는 여유였습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다. 전에 산책삼아 걸었다면, 요즘은 운동으로 걷습니다. 같은 거리를 걸어도 산책과 운동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산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걷습니다. 걷는 동안 [생각]합니다. 길의 주변 변화도 놓치지 않습니다. 들풀의 계절 변화를 느낍니다. 그러나 운동은 다릅니다. 거리와 시간을 정하고 걷습니다. 칼로리와 지방분해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음악을 듣지만 지루하지 않으려는 것 뿐입니다. 주변 변화보다 흐르는 땀과 줄어드는 지방의 변화에 관심을 둡니다. 운동은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산책은 시계볼 필요도 없습니다. 정해 놓은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급하게 끝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동네 한바퀴 도는 것이 정한 것의 전부입니다. 돌다가 멈춰서면 시간이 더 흐르기도 합니다. 시계보다 길과 주변을 보고 걷습니다. 자연과의 교감 뿐아니라 자신과의 내적 교감도 이뤄집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도 생각합니다. 산책은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을 조금 천천히 가도록 돕습니다. 운동은 몸의 지방을 태우느라 사람을 뜨겁게 해주지만, 산책은 사람의 마음을 식혀줍니다. 살다 생긴 마음의 화나 미움도 식혀줍니다. 오해나 잘못된 것이 있어도 풀어주는 시간입니다. 누구 잘못인가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냥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인것을 마음 가득 느끼게 해줍니다. 운동으로 몸의 불순물이 빠진다면, 산책으로 사고와 정서의 불순물이 빠집니다. ‘그러면 안되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그랬구나,’ ‘그럴걸 그랬나’ 연신 마음에 외치는 산책로는 사람을 이해하는 길입니다. 자신과 인생을 성찰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미간을 스치며 지나는 바람속에 순간 인생이 느껴집니다. 얽힌 실타래 같은 인생사, 구태여 풀지 않고도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배웁니다.
그런데, 산책하는 사람이 줄고 있습니다. 숲속의 산책길은 이제 운동길로 바뀌어갑니다. 잘 살려면 산책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잘 살아봐야겠다고 그 시간을 줄여 운동을 합니다. 의도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는 세상에, 성찰생각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운동은 몸에 유익하지만 산책은 삶에 유익합니다. 헨리나우웬을 비롯한 경건한 사람들은 혼자 있기를 적극 권장하는데, 의도적으로 자기 혼자 있으려면 숲길 시골길 산책이 참 좋습니다. 산책시간을 늘려보세요, 사색시간을 늘려보세요. 자기가 보일 것입니다. 형제자매가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왔다 돌아가는 인생도 보일 것입니다. 어디서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끝나는지 살아갈 [길]이 보일 것입니다.
교회 주변을 걷다가, 기도원의 한적한 시골길 맘 먹고 걸으니 참 좋습니다. [걸음]은 사람다워지는 [길]입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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