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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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 서울가는가 묻는 분들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시골에 조부모와 아버지 등 6-7기의 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적 드문 그곳에 주택과 아파트가 들어섰으며, 땅값이 오르자 시골마을 인심이
사나워졌고, 고향 떠난 지 오래되다보니 인근 밭 주인들이 야금야금 묘지가 있는 곳을 갉아 들어와 무너지게
생겼습니다. 회갑 칠순이 된 누나들이 묘를 돌볼 사람이 없으니 진즉부터 묘를 없애자 했는데 이번에 날을 잡았습니다.
제가 장남이고 장손인데, 한국에 있는 매형들은 그것을 따지는 분들이라 어쩔수 없이
잠시 다녀오려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묘지 일하는 분들은
'아, 미국에서 파묘破墓하러 오셨군요'라며,
‘파묘’라는 말로 저의 긴 설명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주었습니다. 순간,
앞으로 나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헛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자’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 일상에 필요한 말들은 ‘단순명료한 진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봉분을 열고 보니, 짧게는 32년이요 길게는 70여년 된 흔적이 보였습니다.
결이 선명하며 향내음 싱싱하던 나무관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웃고 울던 얼굴들이나
내 손으로 잡고 만지던 몸은 거기에 없었습니다. 천국으로 이사한지 오래된 분일수록 육신을 세워주었던 뼈마져도
몇 조각 남지 않았으며, 가장 젊은 묘(?)이신 풍체 좋으셨던 유지급
아버지 뼈는 그래도 좀 남아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이미 흙이 되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돈이나 명예처럼 무엇인가 따라다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가치는 아닙니다.
살아있는 생명자체가 가치이며, 다른 것은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호흡이 있는 동안 살아있는 것이며, 살아있어야 영원을 사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번, ‘잘 살다가, 잘 죽자!’ 다짐했습니다.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에게 주신 생명가치를 제대로 누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려면 허상과 실상을 잘 구분하며 살아야겠지요?
얼마 안되는 뼈이지만 화장하여 가루로 만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분들의 흔적치고는 너무 초라하였습니다. 그나마 그 분들이 한번도 가 보지 않았던 낯선 땅 산 언덕 나무 밑에 뿌리자니 마음이 시렸습니다. 낙엽이 지면 그 자리를 덮을 것이고, 비가 오면 쓸려내려갈 것이며, 한참 지나면 그나마 그 땅과 섞여 산이라 부르게 될 것입니다. 그나마 아버지 뼈가루는 어머니 묘지에 뿌려드리고자 조금 담아와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모든 과정에서 보니, 일하시는 분들은 시종일관 정중하게 예와 격식을 따라 진행하였습니다. 돌아가신 어른들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생명의 흔적, 살아온 개인 역사에 대한 존중, 미국에서도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분들에게서 보던 경외함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하실까? 생각해보니, 이런 것들은 죽은 자에 대한 예의이기보다는 죽은 자를 기억하며, 죽은 자를 존중히 여기는 산 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람존중이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도 사람존중을 중요시하며 살았지만, 앞으로 더더욱 사람존중하며 살아야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우리 사는 곳이, ‘사람존중’이 ‘서로존중’ 되는 가정, 교회, 사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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