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그렇게 해 본 일은 없지만, 몇일간 영화만 보라고 해도 볼 것 같습니다. 목사가 이런 말 하다니, 은혜가 안된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영화를 좋아합니다. 영화 안에는 인생과 멧세지가 담겨 있습니다. 직접적인 신앙 멧세지가 아니라도 그 안에는 인생을 향한 신앙적 멧세지가 들어있습니다. 가벼운 오락영화에도 그렇지만, 그런 면에서는 명화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오락영화와 명화의 차이는 멧세지의 깊이와 무게입니다. 영화에는 시대가 들어있어 좋습니다. 스토리는 달라도 시대가 고스란히 들어 있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시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전지적 시각이나 제삼자의 관찰자 시각도 좋아하는 이유의 한몫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내 자신을 해부하여 교정하는 마음이 들때가 많습니다. 물론 재미 있어서도 좋습니다. 시시한 상업영화가 지향하는 가벼운 재미를 말하는 것 아닙니다. 눈을 뗄수 없도록 ‘이끌어가는 힘’을 말합니다. 이 외에도 현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허구의 힘도 좋고요, 이상적 현실을 영화속에서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합니다. 이런것을 모든 영화에서 다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좋은영화]를 보면 그렇습니다. 그래서 [좋은영화]보고 싶은겁니다.

영화 촬영을 본 일이 있습니다. 중학교 귀가 길 무교동 골목에서였습니다. 신성일과 어느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였는데, 배우를 구경한다는 호기심이 컸습니다. 그러나 그날 크게 실망했습니다. 극장에서 보던 그 멋진 영화의 맛이 아니었습니다. 영화가 그대로 촬영되어 보여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짧은 장면 하나를 촬영하려고 그렇게나 많이 찍고 또 찍는 줄 몰랐고, 배우들의 행동이나 말이 하나하나 단절된 줄 몰랐습니다. 더빙을 염두에 둔채 옆에서 읽어주는 대사를 성의없이 반복하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렇게 멋지게 보이던 영화가 이런 조각 조각을 찍어 모아 편집한 것이란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그러는 것일까요? 저는 저의 일상을 영화의 단편 조각조각처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밤늦게 차를 타고 교회를 빠져 나갈 때, 공원길 지나갈 때,  집에 들어가며 아이들을 부를 때, 다급하게 옷을 주어 입을 때, 조용히 혼자 커피 마실 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언제부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로인해 작은 [쉼]이 제게는 있습니다. [감정]이나 [생각]의 쉼을 누립니다. 아마 이쯤이면 원목사가 영화에 중독된 사람인가 하시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좋아할 뿐입니다.

우리 삶은 영화와 같습니다. 지금의 단편이 모여 일생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내 앞에 카메라가 없고, 액션과 컷을 반복하는 감독도 없지만, 오늘의 조각이 모여 일생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인생은 편집불가능한 영화입니다. 찍힌대로 모여 이어집니다. 그래서 인생에 대한 새로운 결심을 해봅니다. [줄거리]있게 살아야 겠고, 내 인생주제가 중구난방같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삼류상업성영화처럼 안되려면 [깊이]도 있어야겠습니다. 재미(이끌어가는 힘)도 있어야겠고, 무엇보다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 [다시보고 싶은 참 좋은 영화]같은 인생이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습니까? 우리 함께, 그런 인생 찍어볼까요?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