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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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참 좋았던 시간이 있습니다. 처음 학교에 가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한복입은 어머니 발걸음이 그리 흥겨운 줄 처음 알았고, 가슴에 단 손수건은 마치 세상에 없는 훈장과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4학년 때이던가? 교회 선생님 따라 나들이 가던 날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이사가실 선생님이었는데, 그 사실을 모르던 우리는 무엇 하나 매인 것 없는 발걸음이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잔뜩 해주는 통에 어른된 기분으로 왠지 모를 뿌듯함에 젖어있었습니다. 배고픈 허기 때문에 두장 남은 버스표로 떡복기 사먹고 종로에서 홍은동까지 걸어간 중학생의 밤길도 잊을 수 없습니다. 조금은 서럽고 무서우며 외롭게 시작한 길이었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나도 어른들이 걷는 인생길 어느 부분인가를 걷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허기보다 더 지친 몸으로 자정 가까이 달동네 집에 도착하니 바느질 하던 모습 그대로 밖에 나와 계신 어머니 앞에, 어머니 모실 수 있을만큼 다 컸다는 근거없는 자부심이 들던 그날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나를 드리려 목적하던 공부를 위해 학교에 들어가던 날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학비와 생활은 합격보다 더 큰 걱정이었지만, 하나님께 나를 드리는 헌신이 하나씩 구체화된다는 기쁨이 컸습니다. 아내와 결혼하던 날은 잊을수 없는 충만한 기쁨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린 뒤였고, 아무것 하나 없는 사람의 또 다른 인생 시작이었으나, 가난한 신학도 옆에 생긴 아내의 자리가 왜 이리 든든한지 알수 없이 좋았습니다. 아, 더풀이 더존이가 세상에 나오던 날의 기분은 뭐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나 닮은 나 한 사람이 더 생겼다는 생각에 어깨가 저절로 올라갔고, 아버지가 보고싶었던 날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기분 좋은 날, 기억에 남는 좋은 날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기억하기 좋은 날을 만들어냈을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기억의 원인자들을 찾으면, 여전히 좋은 날을 만들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듭 생각했지만 답은 같습니다. [하나님, 주변 사람들, 그리고 내 마음]입니다. 혹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답이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좋은 날들을 만드셨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부모형제, 아내를 포함한 내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지켜보며 기다림, 그리고 소리없이 이끌어준 기도는 좋은 기억을 만들기에 충분했던 사랑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안에 있는 긍정적 자세였습니다. ‘나’라고 하지 않고, ‘내 마음’이나 ‘내 안에 있는 긍정적 자세’라고 한 것은, 어렵고 힘들어 포기하거나 뒤돌아 서기에 충분했던 지나날들을 견디고 일어설 뿐 아니라 바라는 것들의 실상을 누리고 살도록 해준 중요한 자세였기 때문입니다.
소풍이라 가볍게 쓴다고 시작한 글이 다시 무거워진 듯 하지만, 우리는 각자에게 있는 지난 날의 좋은 기억처럼, 앞으로의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녀들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좋은 기억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내일’의 기억을 만드는 시간이기 때문에, 오늘의 삶을 향한 나의 자세, 그리고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내 마음 가짐이 중요합니다. 마음껏 웃고 즐기고 사랑하면서, 하나님,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의 긍정적 자세를 다시 한 번 발견하는 좋은 ‘오늘’이 되기를 바랍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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