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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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 기억입니다. 어린이주일이면 온 교인이 산에 소풍을 갔습니다. 대부분 소박한 옷을 입고 살던 시골교인들이 이 날만큼은 조금 화사한 옷을 입었습니다. 줄지어 걸어가는 아이들 틈에 풍금 실은 달구지가 지나갔습니다. 조금 힘들다 싶을 때 도착한 산에서 찬양하며 예배드리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맛난 음식도 먹고 작은 선물도 받아서 좋았지만, 그 보다 더 좋았던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행복해 보여서입니다. 세월이 흘러가며 원족, 소풍, 야외예배, 피크닉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웠지만, 부담없이 행복해하는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그래서 봄 가을 소풍은 지금까지도 마음 설레게 합니다.
언제부턴가 달라졌습니다. 교육전도사로 사역하던 서울에서 아이들이 소풍을 멀리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들만이 아닙니다. 어른 교인들도 그랬습니다. 각자의 즐거움이 생겼고, 집 안에 그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텔레비젼이 생겼고, 이어 비디오, 게임기,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나왔으며 발전된 콘텐츠로 인해 사람들의 발목을 [개인]의 즐거움으로 묶어 놓았습니다. 먹는 것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잘 차린 교회 음식이라도 주문하면 5분 만에 달려오는 음식을 따라가지 못하니 구미대로 시켜 먹는 재미가 솔솔했던 것입니다. 개인의 즐거움으로 인해 교회에서 누리는 공동체적 즐거움이 점점 뒷전이 되고 만 것입니다.
이것이 참 아쉽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살아온 개인적 기억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천국의 형제자매요, 교회는 천국 생활을 연습하는 곳인데, 함께 행복해하는 시간이 침범당하는 느낌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는 천국생활을 연습하는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한 자리에 앉아 웃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서툰 몸짓으로 춤도 추고, 시큰거리는 어깨도 주물러주며, 넘어진 사람에게 손 내밀어주는 그런 생활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각자의 즐거움과 각자의 생활 속으로 숨어들어버리니 이런 기회가 점점 줄어듭니다. 목사인 저는 이것이 속상합니다.
소풍, 운동회 날 제 기도는 단순합니다. “하나님, 오늘 모두가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기회에 마음의 응어리진 것들이 무너지게 하시고, 누군가는 짓누르는 현실의 압박감을 벗어날만큼 행복하게 하소서. 하나님 옆사람이 보이게 하소서. 그 사람 마음의 그늘과 얼룩진 눈물이 보이게 하소서. 그래서 마음 열고 손 내밀어주고, 마음열고 다가와서 사는게 이런것이로구나 미소짓게 하소서. 할수 있는대로 모두 참여하여, 할수 있는대로 모두 행복하게 하소서.” 오늘도 제 기도는 같습니다.
오늘 운동회를 합니다. 프로그램이나 상품이 무엇이고, 음식이나 날씨가 어떻하든지, 오늘은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맘껏 웃고 즐기는 사이에, 서로가 서로에게, 나이를 초월하여 여생 같이 살아갈 든든한 믿음의 길동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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