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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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주변엔 이 산 저 산, 혹은 멀고 가까운 곳으로 단풍 구경을 위해 여행한 분들이 꽤나 있다. 그런데 금년엔 ‘단풍이 참 예쁘더라.’고 이야기 하는 말을 들어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과장된 자랑이라도 내 귀에 담고 싶었지만, 누구의 입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내가 아름다운 단풍 이야기를 듣지 못해 아쉬워하는 것은 아름답게 물든 단풍잎엔 그 나름대로 예쁜 뜻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른 봄에 풀들이 대지를 뚫고 올라오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에서 새싹이 움돋을 때 그런 희망찬 자연을 보러 가기보다는 단풍을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이유가 무얼까?
새싹의 아름다움은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을 보려면 봄에 땅에서 새싹이 올라오고, 나무 가지의 두꺼운 껍질을 뚫고나온 싱싱하고 힘찬 새싹들을 보며 가을의 열매와 단풍을 기대하며 기뻐하지 않으면 가을에 열리는 아름다운 단풍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다.
우선 싱싱하고 건강한 나무에 달린 잎들이라야 그 잎들을 꾸민 단풍의 색깔도 훨씬 예쁘게 물들게 돼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물론 어린아이의 장래를 어릴 적에 미리 볼 수 있다는 교훈이겠지만, 우리 주변의 모든 자연도 모두 ‘떡잎’부터이다. 풀 한 포기, 흔한 들꽃 한 그루, 심지어 추운 겨울을 미리 준비하는 제법 큰 나무들조차도 성장의 시간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세찬 바람과도 싸우고, 뜨거운 여름엔 땀을 뻘뻘 흘리며 목마름과 가뭄과도 치열하게 부대기면서 건강하게 자라야만 겨울의 전령과도 같은 가을에 예쁜 단풍잎을 꽃피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가 있다.
혹시 풀잎도 단풍이 든다고 말하면 누가 그건 억지라고 핀잔을 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억새풀조차 요즈음에 은빛을 뽐내고 바람에 한들거리는 걸 보면 이른 봄에 땅을 뚫고 올라오는 한 포기의 풀잎의 건강도 미리 챙겨보아야 할 것 같다. 억새풀의 은빛 단풍(?)이나 나무들을 옷 입힌 화려한 단풍잎들은 어쩌면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몸에 입은 영광의 상처들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눈엔 나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마지막으로 달아 준 화려한 훈장으로 보인다.
날마다 시간 속에서 늙어가는 나와 아내는 조금이나 건강을 유지하려고 주변의 산림이나 공원들을 마치 숙제하듯 날마다 걷는다. 물론 그런 곳엔 의례 우리보다 훨씬 더 나이 든 분들도 있고, 젊은이들도 있다. 특히 젊은이들 중엔 ‘오로지 건강!’ 이렇게 외치듯 오랫동안 힘차게 걷거나 달리는 이들이 많다.
애당초 우리 부부는 곁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부럽다거나 경쟁하듯 달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주로 봄과 여름엔 다양한 풀들과 나무들 사이로 여기저기 얼굴을 내민 꽃들을 구경하며 거기에 날아든 벌이나 나비를 구경하며 걷는 속도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지만, 요즘엔 시들고 말라비틀어진 들풀들뿐이지만, 그래도 그것들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메뚜기도 매미도, 또 벌이나 나비도 볼 수 없지만, 대신 들풀에 맺힌 씨앗을 쪼아 먹으려고 날아든 새들이 많아서 좋다. 그들은 단지 먹기 대회에 몰두한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은 씨앗을 먹고 또 먹은 씨앗을 어디엔가 뿌리는 농부가 되지 않겠나 싶어 새가 날아가는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나의 지나친 편견일까? 우선 죽은 나무에서 떨어진 잎을 낙엽이라 부르지 않는다. 살아 있는 나무에 붙어서 잎으로서의 제 사명을 모두 감당하고 자기 부모와도 같은 나무들을 향해 매서운 추위도 잘 견디라고 격려하며 스스로 홀가분하게 몸단장을 마친 후 싱그럽게 떨어진 잎들만을 나는 낙엽이라 부른다. 아름다운 색깔의 잎들이 차가운 비바람에 자신들을 맡기고 자신들의 기쁨을 마치 막춤으로 나타내듯 우수수 여기저기 떨어져 땅을 화려하게 수놓은 단풍 나뭇잎들조차 그래서 더더욱 아름답고 건강한 낙엽이라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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