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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온 천지 곳곳에 몸담고 있는 물의 양을 가늠해 볼 수 있을까? 철따라 맺히는 모든 과일, 채소, 알알이 맺힌 알곡 속에 담긴 수분의 양을 상상이라도 해보았겠는가? 더구나 천지 어디든 자리를 깔고 앉아서 언제나 낮은 자세를 취하고, 보다 낮은 곳에서 불러주기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물, 그 양을 누가 과연 가늠해볼 생각이라고 했겠는가?
물의 거처는 하늘이고, 하늘에서 쏟아진 물들을 품고 있는 모든 자연은 물의 저장소인 셈이다. 사람들은 물을 몹시 두려워한다. '불이 더 무서운가, 물이 더 무서운가,'라고 질문하면, '불이 나면 그루터기라도 남지만, 물난리가 나면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며, 물의 위력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물은 그 무서운 위력과는 전혀 다른 약하고 여린 성품을 지니고 있다. 물은 생명을 생명 되게 한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본질을 말하기 위해서일까? 계속해서 낮은 곳, 더 낮은 곳으로 흐르는 낮은 자의 성품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낮은 곳부터 먼저 채우며 서서히 올라와 수평을 이룬 다음에야 평안한 듯 만족해 한다. 바다의 수평선이 멀리 일직선으로 보이는 것도 바다가 가장 낮은 곳부터 꽉 채워졌다는 만족함의 표현이 아닌지 모르겠다.
노아의 홍수의 엄청난 물이 수평을 이룬 것은 방주를 띄우기 위해서였듯이 물은 언제나 높낮이가 없이 수평을 유지해야만 배를 띄울 수가 있다. 우리 주님께서 갈릴리 바다의 거센 폭풍을 뚫고 물의 주인답게 뚜벅뚜벅 물위를 걸으셔서 배 안에 갇힌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을 위해 물의 성품 그대로 돌려주셔서 수평을 유지시키셔서 평안을 선물하셨다.
태생적으로 언제나 낮아지려는 물의 아름다운 성품에 비해서 항상 다른 무엇, 혹은 다른 사람들보다 높아지려고 안달하는 존재는 사람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물같은 성품이 아니라, 굳이 비교하자면 불꽃처럼 항상 위를 향하여 자기 존재를 과시하며 누구라도 자기 곁에 접근하면 그를 태워버리고, 태울 것이 사라지면 자신도 곧바로 꺼져버릴 거면서 한 치 앞을 못보는 어리석은 속성을 지닌 존재, 그가 바로 인간이 아닌가?
그렇다. 물처럼, 애당초 물에게 그런 성질을 넣어주신 분답게 하늘에서 땅에 내려오신 분, 성육신으로 인간의 모습 그대로 지니고 내려오신 주님께선 우리와는 다르게 물 같은 성품을 지니셨기에 낮고 천한 우리를 찾아 오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주님께서 사랑을 받으실 이유이고, 우리가 그분의 사랑을 받는 이유이고, 또한 아무리 지천으로 깔려 있는 물, 아니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로서 하늘과 땅이 동시에 토해냈던 노아의 홍수일지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 창조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그 진실이 우리로 하여금 물의 생명력을 사랑하도록 갈증까지 부여하신 것이다<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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