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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자갈, 그리고 시멘트!
우리 부부는 방글라데시에서 일하는 아들내외를 보려고 그 땅을 세 번 방문했는데, 그 나라는 없는 것이 너무 많은 나라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지만, 그 나라엔 돌마저 없다는 사실은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기현상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돌이 없는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또 있겠나 싶지만, 실제로 길에서도 산에서도 돌을 볼 수가 없었다. 이집트를 거쳐서 홍해를 건너 이스라엘로 향하는 길에 밤에 시내 산을 올라 나무도 없고 모래나 돌들만 첩첩이 쌓인 광야 길을 새벽에 내려오면서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여러 번, 그곳이 광야라는 사실에 이의가 없지만, 방글라데시는 돌이 없으니 비옥한 옥토일 거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비만 오면 하룻밤 사이에도 길도 다리도 모두 유실되기 일쑤이고, 마치 아이들의 벌거벗은 알몸처럼 벌건 황토만 드러내고 있을 뿐, 어디에서도 돌을 볼 수가 없다.
우리 내외는 아들내외가 일하러 찾아가는 산동네까지 기차를 이용해 수도 다카에서 동편으로 왕복 한 번, 남쪽으로 한 번 기차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철길을 따라 철도 침목을 받혀주는 돌들을 보았지만, 해변에서 흔히 보는 자연의 자갈이 아니라, 큰 돌을 깨서 깔아놓은 걸 보았다. 다른 나라에서 돌을 수입 해다가 잘게 깨서 깔았단다.
모래와 시멘트가 있어도 그 안에 들어갈 자갈이 없으면 건물을 높이 올릴 기동을 세울 수가 없다. 기동의 세우지 못하면 벽돌을 쌓아올릴 수가 없다. 튼튼하고 높은 건물은 불가능하다. 그 땅에 황토가 많아서인지 어디가나 높이 서 있는 많은 굴뚝들은 어김없이 벽돌 공장이었다. 그러나 수도 다카에서 건물 공사 현장 길가엔 벽돌이 쌓여있고, 주로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이 길가에 앉아서 벽돌을 깨서 하루하루 먹고 산다. 힘들게 만든 벽돌을 힘들게 깨는 것이 이해되는가? 시멘트 기둥을 세워 튼튼하고 높은 건물을 지으려면 거기에 들어가는 자갈들이 없으니 벽돌을 깨서 자갈로 사용할 수밖에 없단다.
현대의 벽돌과는 다르지만 짚이나 다른 여러 마른 잡초들을 넣어서라도 이집트의 바로가 요구하는 벽돌 숫자를 맞춰야 했던 이스라엘 노예들이 이집트 제국 건설에 가장 힘든 일을 감당했었다. 하나님께서 그 노예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그 백성들을 이끌어내도록 모세를 이집트로 보내셨다. 왜 하나님께선 홁 벽돌을 만들며 그 땅 이집트의 제국 건설을 도우며 노예생활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그 땅에서 해방시켜 이스라엘 건국의 모체로 삼으셨을까? 물론 하나님의 영원한 약속 이행이셨지만, 그들을 해방시키셔서 벽돌을 만들고 벽돌을 쌓아올리는 일에서 풀려나게 하신 것은 그들의 힘으로 무언가를 벽돌처럼 쌓아올려 자신들을 높이고, 그로 인해 하나님을 떠나지 못하게 하시려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 벽돌 하나는 작고, 그 벽돌 하나로 올려 세울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인간들은 바벨탑을 세우면서 결의를 다졌다. “자,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이렇게 다짐하고, 다시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창11:3).’ 인간들은 오늘도 역청의 힘을 빌려서 언제든 높은 곳을 바라보며 거기까지 벽돌을 쌓아 올려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려고 한다. 어쩌면 그들은 하나님의 홍수의 심판이 두려웠는지 모른다. 벽돌과 역청을 고안했으니 거기서 끝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의 결의가 이러했다.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서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4).” 그렇다. 세상엔 벽돌, 자갈이 수없이 많고 역청 대신 시멘트도 얼마든지 있다. 세상은 높은 빌딩 짓기 경쟁이 치열하다. 나의 벽돌, 자갈, 그리고 나의 시멘트는 무엇인가? 그것들로 바벨탑을 쌓을 건가, 아니면 야곱처럼 하나님께 돌단을 쌓을 텐가?<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