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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57): 종교와 신앙(2)

김우영 2019.04.10 23:22 Views : 105

짧은 글(57): 종교와 신앙(2)

 

사마리아인들이 그리심 산을 중심으로 종교생활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은 예루살렘 종교와 차별화를 내세우고 그들 나름대로의 종교를 믿고 살았다. 그렇다. 그들은 하나님이 아니라, 종교를 믿고 살았다. 물론 그들이 예루살렘 성전을 찾고 하나님을 섬길 길이 열려 있었다면, 굳이 사마리아인들이 그들만의 종교에 얽매이지 않고 하나님을 섬겼을 수도 있었을 거란 가정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사마리아는 예루살렘의 유대 종교로부터 심한 차별을 받았기에 그들과의 교류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그래서 그들 나름대로의 종교를 만들어 그리심 산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노라고 핑계할 수도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마리아나 예루살렘이나 하나님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주인 노릇하는 점에선 서로 동일한 여러 종교들 중의 하나하나였을 뿐이다


예루살렘 중심의 종교인들은 사마리아를 거친다면 더 빠르게 북쪽 갈릴리로 갈 수 있었지만, 그들은 사마리아를 피하려고 동편 먼 길을 돌아서 목적지로 올라가곤 했었다. 사마리아와 예루살렘은 언제까지나 결코 서로 하나 될 수 없는 앙숙이었던 게 사실이다. 오늘날에도 종교의 통합을 외치며 종교가 통합되면 마치 평화가 올 것처럼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자기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신들에게조차 동의를 얻고 나서 하는 주장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어느 날 사마리아 수가 성 우물가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선 제자들과 더불어 갈릴리로 돌아가는 길에 사마리아를 거치게 되었고, 제자들이 마을로 음식을 마련하러 간 사이에 주님께선 피곤하셔서 수가라는 마을 우물가에 앉아 계시다가 물을 길으러 나온 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서 그에게 물을 좀 달라.’고 부탁하셨다. 사마리아 여인은 서로 상종치 않은 유대인, 그것도 남자가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청하니 진정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님께서 물을 좀 달라고 하신 그 요구가 사실은 남녀의 벽과 인간관계의 틀과 사마리아와 유대의 관계를 뒤흔들어버린 엄청난 사건이었다


어쩌면 개인의 신앙은 이런 종교적인 시스템 혹은 그 틀을 깨는데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주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서 일부로 그런 틀을 깨버리시고, 자신을 통해 유대와 사마리아가 하나 되기를 바라신 것이다. 남녀나 인종도 다르고, 같은 민족일지라도 개개인 모두 다르다. 그러나 다르기 때문에 하나 되게 하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여기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종교에 붙잡힌 채 서로의 다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질서 가운데서 서로 다름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서로 외면하고 있었다. 어떤 사회적 관습이나 전통이든 그것들은 종교를 유지하는 좋은 도구이기에 갈수록 강화될 수는 있어도 결코 약화되지는 않는다


주님께선 단지 사마리아 여인의 죄를 상기시켜 그의 종교 속에서 나름대로 죄짓지 아니하고 착하게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서 그 여인에게 물을 부탁하시며 접근하신 것이 아니셨다. 사마리아인들의 미움의 대상이지만, 구원은 유대인에게서 임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곧 구세주이심을 알게 하신 걸 보면, 자신이 바로 인생의 목마름을 해결하신 생명수이심을 전하시려는 의도된 접근이었다. 주님의 인위적인 종교진단은 아주 간단하다.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하는 것이 종교이고, ‘아는 것을 예배하는 것이 신앙이라고 말씀하셨다. 곧 알지 못하는 비인격적인 것들을 예배하는 것이 종교생활이라면, 인격적인 하나님을 알고 그분과 교제를 나누는 삶이 신앙이란 뜻이다(4:22). ‘구원은 유대인에게서 나기 때문이다.’라는 결론은 하나님께선 친히 선택하신 유대인들에게 말씀을 주셨기에 그 말씀으로 하나님과 그분의 뜻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말씀으로 땅위에 '사람의 아들'로 오셨기에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구주의 유일성을 강조하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유일무이하신 구주이시고, 모든 종교를 모두 합쳐도 예수 한 분의 우월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못 박으신 것이다<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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