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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01): 맹그로브, 바다포도, 그리고 해초가 들려준 복음

 

나의 대학 생활 첫 발걸음부터 오늘까지 거의 60년간 우정을 다져온 믿음의 세 친구가 웨스트 팜비치에서 금년 4월에 작년에 이어 다시 만났다. 작년엔 뉴욕 교외에 살고 있는 한 친구의 집에서 모였고, 금년엔 한국에서 휴가 차 온 친구가 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에 마련한 그의 쉼터로 미국에 살고 있는 두 가정을 초대해서 세 가정이 삼박사일을 함께 보내며 날마다 새로운 우정, 아니 주님 안에서 형제애를 나누며 믿음의 삶을 현장실습하고 돌아온 지 벌써 몇 개월이 흘렀다.

 

작년에 뉴욕의 친구 집에서 함께 만났을 적에도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병원에 의사로 복무한 후, 은퇴 후엔 그 학교 주변의 울창한 산림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의 거처에서 삼박사일을 함께 지내며 그 인근 이곳저곳을 방문하면서도 저녁엔 그 집에 들어가 식탁을 둘러싸고 서로의 마음과 믿음을 나누며, 화음을 이뤄 찬송을 부르며 매일 번갈아서 한 사람씩 준비한 말씀으로 나눈 영적 교제의 시간이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 때론 거실에 앉아 오랜 시간 소박한 담소로, 또한 진지한 언어로, 혹은 때론 농담으로 집밖에 울창한 나무들이 부러워할 만큼 잔잔한 미소로 사랑을 나누었다. 아무래도 뉴욕에서의 그 때의 이야기와 훌로리다에서의 이야기가 겹치는 면이 있었다.

 

물론 대학 생활 중에 셋이서 자취하던 때, 가난으로 인해 겪었던 고생스럽던 경험이 어느 한 순간에 웃음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지금은 기쁨의 추억으로 우리를 꽁꽁 묶어두는 든든한 끈이기도 하다. 물론 당시에도 가난 때문에 짜증내거나 불평하거나 슬퍼한 적이 없었기에 지금도 당시의 삶의 이야기가 여전히 환한 웃음과 기쁨으로 행복을 안겨준다. 물론 우리 세 형제는 그저 오십보백보, 사소한 가난의 차이가 있었지만, 당연히 내가 제일 가난했고, 그 다음은 지금까지 부산에서 병원을 개업하고 있는 형제였고, 그 다음엔 그래도 방학 때면 마산 본가에 가서 된장이든 간장이든 날아오던 지금은 뉴욕에 살고 있는 형제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우리 셋 사이엔 이런 가난의 차이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아직도 나는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늙음을 살고 있지만,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엔 서로에게 무언가를 나눠줄 것은 별로 없었기에 소위 골짜기 달동네에서 정말 코딱지만 단칸 방 하나에 셋이 하나로 묶여 자취하면서 가정교사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바쁘게 일했던 추억조차 특히 오늘을 살아가는 영적인 삶에 영양분이 된 듯해서 뿌듯하다.

 

우리를 초대한 부산에서 온 형제가 우리를 웨스트팜비치로 인도해서 해변을 거닐면서 그곳에서 자라는 나무들을 통해 전해준 복음의 소리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그는 먼저 우리를 해변과 바닷물 속에서 자라는 맹그로브나무숲 앞에서 그 나무들이 왜 그 자리에 서있게 돼 있는지를 말하며 마치 설교의 서론처럼 이야기를 꺼냈다. 맹그로브나무는 주로 더운 지역 해변에 바닷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지만, 그들의 뿌리는 마치 나무 전체가 뿌리인 것처럼 가지 여기저기서 바닷물 속으로 다이빙 하듯 뿌리들이 일직선으로 바다 밑으로 뻗어내려 무언가를 단단히 움켜쥐고 심한 폭풍을 일선에서 막아주면서도 뿌리들 사이에 생긴 넓은 공간을 물고기들의 서식처로 제공하며 물고기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뿌리들의 살아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그들의 씨앗들은 파도를 타고 떠다니다가 알맞은 장소에서 싹을 내며 바닷물 속에 뿌리를 고정시켜서 울창한 나무숲을 이루어 섬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섬까지 긴 나무다리가 놓여있어 천천히 주변을 감상하며 그 섬에 닿았을 때는 광활한 대서양이 우리를 맞았다. 맹그로브나무 섬에서 그 형제는 바다포도나무 이야기로 방향을 돌렸다. 맹그로브나무보다 훨씬 잎이 크고 더욱 단단한 몸으로 먼저 바람의 일차 피해를 막아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의 결론은 독특한 이런 나무들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바닷물에 떠밀려 해변 모래 위에 버려진 채 쓰레기처럼 흩어져있는 해초가 주인공이었다. 모래사장 가장자리에 몸을 숨긴 듯 자리 잡고 있는 약하고 어린 풀들을 가리키며, 그 형제는 저런 약한 생명들이 해변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볼품없는 쓰레기 같은 해초의 모습에서, ‘멸시와 버림을 받으신 그리스도를 보라는 메시지로 끝을 맺었다. 진정 아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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