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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27): 솔로몬의 물질주의


솔로몬의 물질주의란 말에 고개를 저으며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의아해 하는 독자도 있을 듯싶다. 모두가 솔로몬이란 이름을 들으면 지혜의 왕이 먼저 떠오르는데 어떻게 솔로몬을 물질주의 허상에 사로잡힌 자로 매도하는 건지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물질은 실제로 허상이 아니다. 지혜 없이는 살 수 있어도 물질이 없으면 인간이 살아갈 수 없다는 의미에서 물질은 실체 중의 실체요, 먼저 눈에 들어오는 실상 중의 실상이다. 그러나 물질을 뇌물로 주고받을 적엔 마치 허상처럼 취급해서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는 사람도 돈을 마치 사과인 양 속이려 하고, 받은 사람도 받지 않은 것처럼 헛기침으로 무마해버리려고 한다


물질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그런 것들로 인하여 기뻐하며 또한 자랑할 수 있는 것이기에 물질보다 구체적인 실상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물질주의는 결국 가장 구체적인 실체로 인해 물질 뿐만 아니라, 그 물질로 인해 그것을 가진 주인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어버릴 수 있기에 결국엔 허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다


솔로몬의 물질주의는 결국 하나님의 지혜를 허상으로 만들어 아무 짝에도 쓸모없게 돼버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솔로몬은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오직 지혜를 요구해 칭찬을 받았고, 하나님께선 그의 요구를 기쁘게 허락하셨다. 그렇다면 어째서 하나님께선 그런 물질주의자에게 하나님의 지혜를 풍성하게 허락해 주셨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 하나님의 지혜라도, 하나님의 능력이라도 타락한 인간의 물질주의를 막을 수 없다. 에덴에서 범죄 하기 이전에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불순종을 막지 못하신 것을 보더라도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서 자행자지 하는 걸 어찌 막으실 수 있으시겠는가? 하나님께서 힘으로 인간의 불순종을 순종으로 바꿔놓으려 하신다면, 그런 순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나님께선 그런 물질주의자 솔로몬을 통해서도 인간이 알아야 할 하나님의 지혜를 선포케 하신 사실을 올곧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타락한 물질주의를 강제로 막을 방도 역시 어디에 더 없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먼저 물질주의자의 진면목을 보여준 솔로몬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의 물질주의 탐욕은 특별히 여인들에게 강했다. 일국의 왕으로서는 마음대로 여인들을 거느릴 수 있다 해도 그의 여인의 수가 7백 명의 아내 외에 거느린 여인들을 합하여 1천명이었고, 더구나 이집트의 바로 왕의 딸을 아내로 삼아 정치적 안전을 도모한 것은 솔로몬의 정치적 타락이 얼마나 한심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당시의 군마는 현대의 탱크와도 같은 전쟁 무기인데, 솔로몬은 이집트에서 군마를 사들여서 다른 나라에 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소위 무기중개인이었다. 전혀 깨끗할 수 없는 무기중개인, 솔로몬이 입은 지혜의 옷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행태였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이 말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 죄인에게 지혜가 어울리지 않는다면, 죄인 아닌 자는 한 사람도 없으니 하나님의 지혜를 받아 알릴 자가 아무도 없게 된다. 하나님의 지혜의 말씀을 입에 담아 전할 수 있는 자격 있는 자가 하나도 없는 경우에 하나님과 인간관계는 그걸로 끝장이고 하나님의 그 말씀과 단절되면 전혀 회복의 희망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나님께선 그의 부왕 다윗의 소원이었던 성전건축을 그의 아들 솔로몬을 통해 이루도록 약속하셨기에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위험한 솔로몬에게도 하나님의 약속은 변함없이 성취되었다. 그는 자신의 궁정을 성전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지었고, 그는 금과 은 소유에 힘을 기울였다(왕상10:14-27). 

사람이 단순히 물질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물질이 사람의 주인이 되어 사람을 좌우지 하는 것이 물질주의의 진면목이다. 솔로몬이 하나님에게서 돌아서서 여자와 물질에 사로잡힌 물질주의의 노예가 되었을 때, 그는 하나님의 축복이 아닌 물질 소유로 그의 나라가 남북으로 나누어지면서 결국 망가져버리고 말았다. 물질주의는 결국 물질조차 유지시켜주지 못한다는 진실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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