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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39): 어둠이 가져다 준 행복

 

나는 지난밤에도 전등을 끈 후에 어둠 속에 깊이 안겨 평안한 밤을 지내고 이른 새벽에 아내와 더불어 동시에 일어나 밝은 빛을 맞고 한 날의 삶을 기쁨으로 누리기 시작했다. 새벽녘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창세기 1장을 읽다가 2,4,5,18절에 등장한 어둠(the darkness)과 마주치자 지난 밤 어둠 속에서 누렸던 편안한 잠이 새삼스럽게 나를 행복으로 안내해 주었기에 늘 관심을 갖고 있는 어둠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세상에서의 어둠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어둠이 두려워서 잠을 이루지 못해 불을 켜놓고서야 잠을 청한다는 어느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아마도 어둠이 주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었다. 빛이 선물해준 밝음이 누구나 알아차리는 실체라면, 어둠 역시 엄연히 독립적인 실체임이 분명하다. 어두운 방에 촛불을 켜든, 전등을 켜든 금방 밝아지면서 곧바로 어둠이 사라지지만, 그렇다고 어둠은 빛에 비해서 이차적인 존재, 빛 앞에선 아무 쓸모없는 존재라고 폄훼해선 안 된다. 빛이 본체이신 하나님 앞에서도 깊은 심연의 어둠은 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오히려 어둠이 성령 하나님의 보호 하에 있었다. 하나님께서 빛을 지으셨을 때도 어둠은 제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빛이 없었을 때는 어둠만이 실체였지만, 하나님께서 빛이 지으신 첫 날에도 어둠은 실체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둠은 빛이 없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빛이 존재하기 이전, 어둠은 먼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더구나 어둠과 빛의 선후관계는 어둠이 먼저라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야기이다. 만약 애당초 어둠이 존재치 않았다면, 빛으로 어둠을 나누어 하나님께선 친히 만드신 밤이 없었을 것이다. 밤이 없다면, 낮과 짝하여 밤낮이 되고, 이어서 하루라는 시간이 만들어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밤의 어둠은 창1:2절에 언급된 형태가 없는 흙을 감싸고 있던 거대한 물의 심연의 최초의 어둠과는 다르다. 그 어둠은 너무 커서 자기 몸을 조금만 내어주어도 시간 속에서의 밤이 될 수 있었다. 밤의 어둠은 빛으로 지음 받은 존재이다


하나님께서 빛을 창조하시기 전 어디에 계셨을까? 어둠 속에 계셨을까? 어둠이 하나님의 최초의 거처였다면, 더구나 어둠 속에선 아무 것도 이루실 수 없으셨다면, 빛을 만드실 수가 없으시니 첫 날, 곧 밤과 낮을 만드실 수가 없으셨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애당초 빛이시다. 요일1:5절 하반 절은 이렇게 전한다. ‘곧 하나님은 빛이시오, 하나님 안에는 어둠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하나님 안에는 전혀 어둠이 없더라도, 하나님의 밖은 진정 보다 깊은 어둠이 있었다. 빛은 바로 하나님의 본체이다. 빛을 지으신 것은 하나님의 본체가 바로 빛이시라는 것을 선포해 직접 세상을 밝히신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사실 어둠은 하나님의 빛의 상대적 존재가 아니다. 사실 어둠은 처음부터 하나님의 성령의 보호 대상이었을 만큼 중요한 실체였다. 어둠은 하나님께서 빛을 창조하셔서 질서를 부여하시기 전의 상태가 바로 깊은 어둠의 심연이었다는 걸 말해준다(1:2). 성령이 그 깊은 어둠의 물위를 움직이며 지키고 계셨다는 건 어둠과 그 안에 있는 것들의 중요성 때문이다. 어둠의 심연을 채운 것은 먼저 지음 받은, 형태가 없는 흙과 물이었다. 질서가 없는 물과 흙을 어둠의 심연이 감싸고 있었다. 어둠은 곧 무질서한 것들의 창고였다는 뜻이다. 하나님께선 첫 날에 빛을 지으셔서 그 빛으로 깊은 어둠의 심연에서 조금 떼어내어 낮과 더불어 하나로 존재하는 밤을 만드셨다. 밤과 낮을 하루라 칭하시고, 빛을 지으신 날을 첫 날이라 명하셨다. 시간은 이렇게 창조되었다. 우리가 땅위에서 시간, 곧 하루를 더 살면 시간이 하루하루 그렇게 흘러가서 수명이 계속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그저 밤과 낮의 반복으로 언젠가는 중단될 찰나적인 것일 뿐, 영원을 벗 삼아 영생을 살아가기 위해선 언제라도 사라져버릴 잠시 잠깐의 간이역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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