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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71): 가난에 관한 가룟 유다의 무지(無知)(2) -가난의 참된 정의(定義)-


쓸데없는데 재물을 낭비하지 말고 가난한 자를 위해서 선하게 쓰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누가 구체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면, 그 자리에서 그를 책망하거나 욕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거기에 동의하지는 못하더라도 대놓고 그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든 사안이다


종교적 언어는 때론 도덕적 언어와 같을 수 있지만, 신앙적인 언어와는 180도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양측의 언어를 바르게 가늠하긴 힘들다. 가룟 유다의 가난에 관한 무지가 무엇인가? 그는 마리아가 가진 향유를 비싼 값을 받고 팔면 그 돈으로 가난을 구제하면 좋겠다는 뜻을 말한 것이다


그렇다. 가룟 유다의 무지란 인간이 가진 소유로 가난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가룟 유다의 말을 들으신 주님께선 가난한 자들은 항상 그들 곁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세상의 가난은 인간이 가진 돈이나 구제로 해결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가진 돈을 서로 나눠가지면 가난이 물러갈 거라고 생각하는가? 인간은 돈을 만들 수는 있어도 그들이 살아갈 땅을 만들 수는 없다. 사람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하늘을 만들 수는 없다. 하늘과 땅이라는 근본적인 것은 결코 인간이 가진 물질로 해결할 수가 없다. 온 세상 사람들의 모든 돈을 모두 합쳐도 하늘과 땅을 모두 그들의 소유로 만들 수 없다. 적게 가진 자나 많이 가진 자나 반드시 빈손으로 가게 돼 있다. 궁극적인 가난, 궁극적인 죽음에 동참하게 된다는 말이다


인간은 아기 예수의 탄생처럼 어린아이로 시작되지 않았고, 다른 누가 돌봐주어야 살아갈 수 있는 약자나 가난한 자로 태어나지 않았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천지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먼저 지으셔서 맨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에 직접 지으신 사람의 손에 맡기셔서 돌보고 관리하도록 하셨다. 인간은 처음에 가난해질 수 있는 존재나 혹은 약해질 존재로 지음 받은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셔서 인간에게 맡기신 온 천하 만물이 사라지거나 적어지거나 시간 속에서 부족해질 수 없을 만큼 풍족하게 지으셨기에 인간은 결코 가난해질 수 없는 존재였다. 인간의 가난을 말하고 약함을 말하게 된 것은 결국 하나님과 영적으로 단절되면서 인간이 수명에 붙잡혀 살게 되고, 결국 시간 속에서 약해지고 늙으면서 가진 것과 결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난해지고 약해져 마침내 최대의 가난, 곧 빈손으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실상에 사로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것을 인간 개개인의 사유 재산으로 만들어 서로 많이 가지려고 탐욕을 키우다 보니 일시적이지만 부자와 가난한 자로 나누어진 것이다


하나님과 단절돼 약하고 가난해지고 결국엔 가진 것을 몽땅 놔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인간으로 변해버렸기에 무엇보다도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로 회복하려는 마음으로 날마다 새롭게 살아야 하지만, 스스로 이룩한 소유로 부자나 강자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아무리 재물을 모우고 또 모아도 결국엔 가난한 자로 죽음으로 끝을 보게 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주님께서 가난하고 약한 자로 세상에 오셨지만, 가난해지거나 약해질 수 없는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고, 고난 받으시고, 죽으셨다. 그것이 주님의 가난의 마지막이다. 가난이 끝난 후 부활로 인하여 우리에게 영생을 주신 것, 이로 인해 세상에서의 부와 가난의 문제는 사라진 것이다. 야고보는 이렇게 말한다


비천한 신도는 자기가 높아지게 된 것을 자랑하십시오. 부자는 자기가 낮아지게 된 것을 자랑하십시오. 부자는 풀의 꽃과 같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가 떠서 뜨거운 열을 뿜으면, 풀을 마르고 꽃은 떨어져서, 그 아름다움은 사라집니다. 이와 같이, 부자도 자기 일에 몰두하는 동안 시들어버립니다(1:9-11).’


가난한 크리스천에게 높아진 것을 자랑하라고 권한다. 가난한 크리스천이 부자가 되어 높아졌다는 뜻이 아니다. 시간 속에서 수명으로 끝날 가난한 자들이 영생을 얻어 신분이 바뀌었으니 땅위에서 빈부의 영향권을 벗어났기에 높아진 것이다. 물질이 아닌 영적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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