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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99): 어둠의 이야기<1>
어젯밤엔 제법 잠을 잘 잤다. 아무튼 예전의 밤과는 좀 달랐다. 그 동안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아서 글쓰기 작업이 중단되었었기에 별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일 터. 하지만, 어두운 밤을 보내고 방금 밝은 아침을 맞고서 「어둠의 이야기」라니 조금은 별난 취미라고 꼬집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어둠은 쉽게 밤이 연상되는 게 당연하지만, 애당초 존재하던 어둠(the darkness)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밤(the night)의 어둠과는 전혀 다른 실체로 빛으로 쪼개서 만든 밤이 있기 전에 원천적으로 존재하던 어둠을 말한다.
첫날의 밤은 빛에 의해서 지음 받았기에 첫 밤의 어둠은 창조질서 가운데 나타난 새로운 피조물이다. 밤의 어둠은 시간 속에서 마치 신발의 다른 한 짝처럼 빛을 이용해 하나님께서 낮의 다른 한 짝으로 지으셨다. 따라서 동녘 하늘에 해가 뜨면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이 밤의 어둠인 반면, 첫 밤이 생기기 이전의 어둠은 창조 이전에 존재하던 실체로, 그 어둠의 한 면을 빛으로 나누어 밤을 만드셔서 낮과 구별하셨다. 때문에 태초의 어둠(창1:2)은 시간 속에서 낮의 다른 축으로 만들어진 밤의 어둠과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창조사역 전에 존재하던 어둠(the darkness)은 빛을 지으신 하나님께서 밤을 지으시기 이전 깊은 물속에 잠겨 있던 깊은 혼돈이요, 공허였다. 흙덩어리가 의지하고 있던 무형태의 혼돈과 공허로 이뤄진 그 어둠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빛과는 전혀 다른 실체로 언제 어디서든, 심지어 하나님의 빛 가운데서 살아가는 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그 어둠은 빛으로 인해 낮의 한 축으로 만들어진, 해가 뜨면 사라지는 밤과는 전혀 다른 실체이기 때문에 빛이 존재하게 된 이후에도 지속되는 어둠은 빛이신 하나님을 떠난 모든 것들의 어두운 영적인 상태를 지적하기에 가장 좋은 어둠의 실체임이 분명하다.
빛의 창조 이전의 어둠이 성령 하나님의 보호 아래서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했었는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께선 빛이시기에 그 어떤 어둠도 그 빛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어둠은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물의 이야기와 깊이 관련돼 있어 몹시 신기하다.
애당초 성령 하나님의 보호아래 있었던 깊고 깊은 심연의 어둠(창1:2)은 우리가 흔히 빛이 없을 때 경험하는 어둠과는 전혀 다르다. 왜 이 사실이 그토록 중요하단 말인가? 하나님의 창조는 없던 것을 있게 하셨을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 형태가 없는 무질서와 혼돈과 공허 속에 숨겨져 있던 물과 흙덩어리의 깊은 암흑 가운데서 첫날에 창조하신 빛으로 거기에 질서를 부여하셔서 지구와 바다와 궁창을 만드신 것이 하나님의 창조사역이기 때문이다. 창조이전에 비록 형태가 없이 혼돈과 공허 속에 있던 흙덩이와 어둠을 하찮게 여기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령 하나님의 관장 하에 두셨던 그 깊은 어둠의 중요성을 잊지 말자. 하나님께서 빛으로 어둠을 이용해 시간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의 보호를 받고 있던 창세기1:2절에 나타난 원자재로서의 어둠을 빛으로 천지에 질서를 부여해 천지를 창조하셨기에 중요하다. 기존의 어둠이 하나님의 첫 작품인 빛으로 나누셔서 시간의 한 축, 곧 낮의 한 축인 밤을 만드셔서 밤과 낮, 곧 하루가 되게 하셨다. 영원히 빛이신 하나님께서 어둠을 관장치 않으시면, 어둠의 세력이 방치되는 것이기에 어둠조차 하나님께서 어둠과 어둠의 세력을 성령 하나님의 관장하게 두셔서 보호하셨다.
애당초 존재하던 어둠이 해가 진 다음에 찾아오는 밤의 어둠과 다른 것은 밝은 대낮에도 어둠의 지배를 받으며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어둠의 자식들’이 있는 걸 봐서도 태초의 어둠은 밤의 어둠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선 빛을 창조하셨지만, 인간은 스스로 빛을 피하여 어둠을 만들어 어둠 속에서 살기를 좋아한다. 밝은 대낮에도 ‘어둠의 자식들’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 주변에 존재하며 하나님의 빛 가운데 살아가는 자들까지 항상 위협한다. 곧 우리의 눈을 쓸모없이 만들려는 어둠의 위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