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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00): 어둠의 이야기<2>
하나님께서 첫 날에 빛을 창조하시고, 그 빛으로 밤과 낮, 하루란 시간을 지으셨지만, 창조 이전에 존재하던 어둠(the darkness)(창1:2)을 붙잡아 자기의 힘, 자신의 종으로 삼아 마음대로 부리려는 듯 어둠의 위력은 밝은 대낮에도 언제 어디서든 그 존재를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크고 강렬하다. 어둠의 세력은 항상 빛을 무시하고, 마치 하나님의 첫 번째 피조물인 빛을 자신이 지배하고 그 빛을 송두리째 없애버리고 암흑 세상을 만들어버릴 듯이 요란을 떤다. 우리가 그 어둠을 볼 수 있는 것은 눈이 밝아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빛 때문이다. 하나님께선 우리가 어둠에 정복되지 않기를 바라시지만, 우리는 그 어둠을 이용해 평안을 누리려고 하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빛조차 개의치 않고, 단지 그 어둠만을 짝하여 살아가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그 어둠의 세력은 그만큼 안하무인이고, 세상을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고 언제나 주저 없이 혈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 희미한 호롱불 앞에서도 어둠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순리이다.
더구나 어둠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빛을 사라지게 할 수 없는 건 더더욱 당연한데, 그 어둠은 진정 밝은 대낮에도 끊임없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그 어둠이 움직일 때마다 세상엔 혼돈과 공허가 엄습해서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리는 비극이 땅위에서 언제든 현실화 되고 있다. 어둠이 곧 폭력이나 폭동의 근원이 된다는 뜻이다. 역사는 밤에, 곧 어둠 속에서 이뤄진다고 말한다. 감옥에 가든 안 가든, 모든 잘못은 대개 어둠을 이용한다. 어둠 속에선 오히려 죄가 그 빛을 발한다. 자연이 보여준 허리케인이나 태풍은 어쩌다 한 번씩 계절풍처럼 찾아오지만, 일단 그가 찾아오면 바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세상을 휘몰아쳐 어둠의 세계로 만들어버린다. 사실은 하리케인보다 더 무섭다고 생각되는 황석영의 장편소설 제목으로 등장하는 ‘어둠의 자식들’조차 실제론 아무 것도 아니다. 그까진 것은 해가 뜨면 물러가는 밤의 어둠과 같다.
세상에서 어둠의 세력 중 가장 크고 힘 있는 어둠이 무엇일까, 아니 누구일까? 아무래도 백성들 모두를 어둠 속에 몰아넣을 수 있는 세력, 곧 한 나라의 최고의 권력자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권력 주변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들 모두가 어둠 자체로 누구나 그 어둠을 인식할 수가 있다. 바벨론의 느브갓네살도, 북 왕국 이스라엘의 모든 왕들이 하나같이 모두 어둠의 세력이었다. 하나님께서 모르시는 선악이 있을 수 없다면, 에덴에서 말씀하신 선악 개념 가운데 이미 어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하나님께서 조성하신 에덴에 등장했던 뱀은 결국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이 낙원을 망가뜨릴 수단이라는 걸 알기에 첫 사람 중 여자를 유혹해서 그를 눌러 이겼고, 첫 사람, 아니 모든 인류가 낙원을 잃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빛으로 지으신 세상을 낙원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어둠의 세력이 되어 좌우지한다. 뱀은 결국 낙원을 무너뜨린 어둠의 세력으로 형상화 돼 있다. 바로 그가 어둠의 세력의 주인공인 사탄의 형상이고, 어둠의 세력인 사탄의 숙주(宿主)가 곧 사람이다.
어둠의 주인공으로서의 사탄은 항상 빛이신 하나님, 빛을 지으신 하나님께 끝없이 도전하며 그의 존재를 과시한다. 곧 어둠의 세력인 죽음이 하나님의 생명에 도전하고 있기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와 살’을 가진 사람으로 오셔서 친히 ‘죽음을 겪으시고서’, ‘피와 물’을 흘리시고(요19:34).’ 그로 인해 ‘죽음의 세력을 쥐고 있는 악마를 멸하셨다(히2:14).’ 우리 주님께서 인자(人子)로 오셔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어둠의 세력인 사탄과 죽음을 물리치셨다. 창세기 1:2에서 그 깊음을 말하고 있지만, 어둠은 항상 깊음과 관계가 있다. 계시록13:1을 보면 사탄을 짐승에 비교하며 그가 바다, 곧 어둠 속에서 올라온다고 표현할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짐승은 이미 머리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용(龍)을 경배하는 행위(계13:1-4)가 여전하다. 아직도 그 어둠이 경배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