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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18): 자녀들이 바로 눈앞에 나타나야 마침내 그들이 온 줄 알겠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결정은 주님께서 하신다(잠16:1,9).’ 진정 이 말씀이 인간이 세운 모든 계획들을 하나님께서 사람의 계획에 맞도록 적절한 대답을 주신다는 약속일까에 대해선 의문이 생길 수가 있다. 다만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어떤 계획을 세우는 경우엔 하나님의 생각과 마음, 곧 하나님의 뜻에 맞을 지의 여부를 먼저 생각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런 믿음의 마음으로 자신의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사람의 계획대로 되는 일은 극히 드믄 일이니 새로운 계획도 다시 세워 보아야 하고, 거기에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인내가 다른 말로 믿음이기 때문이다.
우리 개개인의 삶의 기본적인 일상도 여러 면에서 제한을 받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계획대로 어느 한 가지도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 같고, 요즈음 같으면 그런 제한이 결국 코로나-19가 마치 분노한 주인처럼 우리의 일상을 좌우지하는 것처럼 보여서 슬픈 것도 사실이다.
우리 내외는 방글라데시에서 오랫동안 사역 중에 있는 우리 아들내외가 안식년을 맞는 금년까지 2년 6개월을 그들이 집에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에 4월1일에 온다는 이메일을 받고 무척 기뻤다. 우리 아들 내외는 이곳에 오면 6개월을 머물다가 다시 사역지로 돌아가게 돼 있는데, 몇 년 전만 해도 4년마다 안식년을 가졌을 땐 너무 오랜 기간이라서 우리 내외가 방글라데시를 방문해서 얼마 동안 함께 지내다 온 적도 서너 차례가 된다. 하지만 이젠 우리가 그곳을 방문하기엔 건강이 허락지 않을 것 같아 더더욱 그들이 속히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아들내외의 이 번 안식년의 일정은 아무래도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아 안타깝다. 처음엔 카타르 항공으로 올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취소돼서 터키 항공편으로 바뀌어 날짜가 3월24일 도착할 것으로 바뀌었다가 또 다시 방글라데시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모든 항공편이 3월31일 이후로 모두 미뤄져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오헤어 공항에 도착하더라도 우리 딸이 공항에 나갈 거라며 엄마 아빠는 공항에 말라고 했고, 엊그제 저녁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미국에 들어오더라도 그들은 자가격리 기간 동안 집에 머물면 아빠엄마의 건강에 위협이 되니 어느 호텔에서 하룻밤 지내고 며느리의 한 가지 옷만 챙겨서 미시간에 있는 그의 언니 집으로 간다고 했다. 그들의 삶이 나그넷길의 여정이니 별로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아무튼 코로나-19가 부모자식간의 오래간만의 만남조차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더한다.
아무튼 오랫동안 그들을 보지 못해서 안타깝긴 하지만, 혹시 그들이 이곳 방문을 뒤로 미루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부모로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비행스케줄이 잡혀 이곳에 오더라도 우리 가족이 언제 서로 만나서 같이 지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 차라리 코로나-19가 깨끗이 물러갈 때까지 방글라데시에서 사역을 계속하다가 늦게라도 편히 다녀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딸이 오빠에게 그 나라의 코로나-19 대처상황에 대해 물었더니 인구 1억 5천 명이 아이오와 주 만한 좁은 땅에 다닥다닥 붙어살고 있는 환경인데 현재까지 그 나라의 확진자는 20명, 사망은 한 사람이라면서 그 나라의 검사 기관이 전국에 하나밖에 없다고 말해주었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나 할까, 진정 비상식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니 어찌 대처해야 할지 더더욱 난감하다. 그런데 조금 전에 아들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어떤 상황이든 미국에 들어가서 가족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오는 3월26(목)에 도착할 수 있는 항공편을 확인하고 일단 표를 샀다고 알려왔다. 우리 아들내외나 미국에 있는 우리 딸네 가정이나 모두 만족하고 내린 좋은 결론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결론과 그 계획이 차질이 없이 진행되려면 과연 우리들의 계획과 결정대로 계속 붙잡고 있어도 괜찮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