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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33): 어느 목사님 한 분의 소천 부음을 접하고
우리 가정의 이민 길에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 날 한시, 곧 42년 전에 시카고 공항에 도착했던 어느 한 분이 이곳에 와서 첫 교회를 함께 출석하던 중에 그 교회에서 만난 한 청년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남매를 두고 은퇴 후 행복하게 살면서 그들 부부는 매년 자신들의 결혼기념일을 맞으면 남편의 친척들과 우리 부부를 초대해서 함께 식사하는 만남의 시간을 제공해 그 자리에 1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두 그 동안의 안부와 감사를 주고받는 교제가 몇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금년의 그 때 예전처럼 그렇게 갖게 된 교제의 시간이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그 때 그 자리에 동석하셨던 어느 목사님 한 분이 소천 하셨다는 부음을 이틀 전 이메일로 알았다. 물론 그 동안 그분이 많이 연로하셔서 심신이 약해지셨고, 거기에 치매 증세가 조금씩 악화돼 가족들과 친척들이 마음 아파하는 걸 알고 찾아가 뵙기도 했지만, 그날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실 때의 그분의 모습, 곧 편안하고 환한 모습의 미소가 기억나면서 그분의 소천이 믿기지 않는다. 그분이 기억날 때마다 나 역시 얼마 지나면 그분을 얼마간 닮을지 모르지만, 이왕 닮은 거라면 그분의 미소를 닮았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났다. 내 뇌리 속에 그분의 미소가 각인돼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분이 자기에게 인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구별해서 알고 계신 지, 그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모든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미소로 응대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그분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미소의 씨앗이 심겨졌을 것이다. 옆에 앉아 있는 사모님이 누구라고 이름을 지적해 소개할 때마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그냥 미소로 대답하시는 그분의 환한 미소만큼은 아마 누구라도 오래오래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치매로 인해 모든 정신적 혹은 육체적 모든 기능이 약해지만, 여러 가지 다른 증세의 행동이 나타나 가족들이나 옆에 사람들이 괴로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분에게서 나오는 미소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치 못했어도 그분의 평화로운 미소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땅속에선 필요 없는 미소라면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즈음 같은 고난의 때에 그 미소만큼은 우리 모두에게 선물하고 가셨으면 정말 좋을 것만 같다. 천국에서야 웃지 말라고 해도 웃을 수밖에 없고, 그곳에선 새롭고 확실한 누구나 알 수 있는 미소를 선물 받으실 테니 땅위에서의 미소만큼은 몽땅 남겨두고 가셨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미 땅에 묻힐 준비가 끝난 상태, 그분의 현재 모습은 과연 어떠실까? 가족장으로 결정하고 참석을 못하게 하니 그분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래도 그분의 얼굴엔 그분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미소가 가득할 것만 같다. 부음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그분의 미소가 떠올랐으니 그분을 오래 기억하는 증표로 삼고 싶다.
그분께 감사의 마음을 한 가지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아마도 8년 전인 것 같다. 그 내외분을 포함해서 오랜 친구들인 몇몇 믿음의 형제들과 이집트를 거쳐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여행한 적이 있다. 이집트를 거쳐 이스라엘에 들어가서 첫 밤을 여리고 성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이 경영하는 호텔에서 하룻밤을 잔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때 발 다리가 몹시 아파서 다른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지도 못하고, 침대에 일찍 누워버렸다. 아마도 전날 밤에 시내산에 올라갔다가 한 숨도 못 자고 뜬 눈으로 추위에 떨다가 다음 날 새벽에 몇 번이고 돌길 위에서 미끄러지며 산에서 내려온 뒤 몸을 풀 시간도 없이 곧바로 이스라엘로 행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그 고통의 순간에 지금 눈감고 계신 목사님께서 내 방을 찾아오셔서 내 발에 침을 놔주셔서 회복돼 다음 날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었다. 내가 침을 맞아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고, 금방 효과를 본 것도 그 때가 처음이고 마지막이었다. 복음을 전하는데 필요해서 늦게 침을 배우셨다지만, 천국에선 침도 약도 병원도 필요치 않을 텐데 이곳에 더 오래 계시면서 부드러운 미소의 침 사역을 계속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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