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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35): 죄로 얼룩진 채 누가 감히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을까?
나의 글 제목과는 달리 ‘자신을 자랑하려고 누가 하나님께 나갈 수 있을까?’ 누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그건 안 되지, 어찌 감히 자신을 자랑하려고 하나님께 나갈 수 있겠어?’ 이런 반문이 쉽게 나올 것 같은데 이와는 다르게 물어본 위 글 제목을 보면 질문 자체가 틀렸다거나 혹 이상타 여길 사람들이 있을 것도 같다. 하나님께 나아가 우리의 부족함이나 알게 모르게 저질은 크고 작은 죄를 고백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의 낮고 천하고, 정결치 못한 부정한 신분으로는 하나님 앞에 서서 우리 각자의 잘못들까지 고백한다는 것 자체가 부정한 일이라 생각하고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어 묻게 되었다.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은 애당초 누구에게 어떤 부정한 일이 일어났다면, 가족들이나 공동체로부터 그를 격리시켜서 일정 기간을 지나고 피부에 생긴 크고 작은 질병일지라도 제사장에 의해서 정결케 되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라는 율법이 있었다. 이것은 개개인의 자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요구였고, 그들의 공동체는 그것을 율법으로 반드시 시행한 걸 볼 수 있다. 부정에 관한 격리와 회복은 모든 공동체가 알 수 있도록 공개적이었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신의 잘못이나 혹은 약점을 고백하는 경우에도 자신이 잘 알고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고 받아줄 거라 생각하는 가까운 친구가 아니면, 각자의 약점들을 고백하기가 쉽지 않다. 적절한 예화가 될는지 모르지만, 어느 학생이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교장실에 들어가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아마도 교장은 훈육담당자나 담임을 불러서 ‘이 학생을 데리고 가서 연유를 알아보고 잘 처리하라.’고 돌려보내는 것이 상식적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은 위계질서가 확실한 한국의 학교에서 있을 법한 사정이다. 그런데 감히 의와 진리와 생명의 본체이신 거룩하신 하나님께 누가 자신의 부정함을 그대로 지니고 나가서 감히 입을 벌려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용서를 구할 수가 있을까? 용기라는 측면에서도 이해하기 힘들고, 감히 꿈도 꿀 수 없고, 자신의 위치와 처지조차 알지 못하는 자의 모순된 행위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은 어떤지 묻고 싶다.
한 가정에서조차 자녀들이 각자의 잘못을 아버지 앞에 가지고 나가서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그들도 안다. 그래서 고백의 상대를 아버지 대신 차선으로 어머니를 택하거나 누나나 형을 택하는 것이 아니겠나 싶다.
우리가 하나님께 각자의 잘못을 고백하는 일도 결국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가능하도록 하나님께서 미리 마련하셨다.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한다는 것은 그 한량없는 은혜가 바로 낮아지시고, 약해지신 그리스도 한 분에 의해서 표현되었기에 그분을 통해서 하나님께 나가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하나님의 복음이며, 우리 죄인들에겐 다시 살아난 생명의 기쁜 소식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무리 약하고 죄인 중의 괴수라고 고백한 바울 같더라도 감히 하나님 앞에 나가서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그분 앞에 나가도 괜찮을 만큼 당당해서가 결코 아니다. 영원히 은혜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때문이고, 그 은혜를 한없이 낮아지신 아들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표현하셨기에 감히 우리의 약함과 죄악, 어쩌면 요즈음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일지라도 고쳐주시길 바라며 그분께 나아가 우리 각자가 코로나19처럼 정결치 않음을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며 고쳐주시길 기도할 수 있는 것, 어쩌면 이것은 우리 약한 자들의 특권이 아니겠나 싶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가 한 장소에서 모두 함께 모여 하나님께 예배조차 드리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단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일상에서 죄로 인해 부정해져서 정결치 못한 우리들이 서로간의 교류가 차단된 이런 어둠의 기간을 각자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정결케 되는 기회로 삼는다면, 코로나19의 두려움만큼은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