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게시판
HOME > 나눔터 > 나눔 게시판
짧은 글(245): 사탄의 시험과 죽음의 세례
우리 사람과 같은 모습의 인자(人子)로 땅위에 보내심을 받은 예수께서 땅에 발을 딛고 하늘의 뜻을 받들어 사역을 시작하시기 전에 먼저 유대 광야에서 겪으신 것은 사탄의 시험이었다. 어쩌면 예수께서 ‘하나님의 사람’인지의 여부를 검증하려는 시험문제 출제자가 바로 사탄이었다. 사실 욥을 시험하도록 하나님께서 누구에게 맡기셨는가? 바로 사탄이었다. 물론 하나님께서 욥을 자랑하신 것이 시험의 발단인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예수께서 시험 받으시려고 광야로 가신 것이 아니라. 성령에 이끌리어 광야로 가셨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친히 아들을 광야로 내보내셔서 거기서 사탄의 시험을 받도록 하셨다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아들을 땅위로 보내실 때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은 그 아들로 하여금 죄인들을 위해 죽음의 십자가를 지도록 하신 것이다. 땅위에 가서 기적을 베풀면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런 일들로 높임을 받고 영광을 누리도록 보내신 것이 아니었다.
결국 사탄의 시험의 목표는 당연히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서 예수 그리스도로 하여금 죽지 않도록 막아내서 대신 세상에서 영광스럽게 되든지, 아니면, 사탄에게 굴복하고 세상의 것으로 만족하든지 선택하라는 시험이었다. 다시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여 ‘제발 죽지 말라!’ 이것이 사탄의 소원이었다. 그리스도의 죽음이 곧 자신의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창3:15).
그의 시험을 받으신 주님께선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너무나도 잘 아셨기에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만 시험을 이기셨다. 주님께서 사탄의 시험을 이기셨다는 것은 자신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 영광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이 자신에게도, 하나님 아버지께도 영광임을 아셨다는 말이다. 만약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십자가를 지셨다면, 그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주님께선 자신의 죽음의 결과로 죄인들이 하나님 아버지께 의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도 아셨다.
광야에서 간교한 사탄의 시험을 이기신 주님의 주요한 다음 행적은 요단강에서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신 것이다. 요한이 세상에 태어나서 행한 가장 큰 업적을 말하라면, 그가 예수 그리스도께 세례를 베푼 것이고,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것이다. 물론 요한은 주님께 세례 베푸는 일을 못하겠다고 처음엔 거절했다. ‘내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내개 오셨습니까?’ 이렇게 정중히 거절했다. 요한의 거절은 어쩌면 그의 겸손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나님의 뜻 앞에선 결코 그 자신의 겸손이 아니라 다만 고개 숙인 순종이었다. 죄인으로서 제 자리를 지키는 것이 겸손이라면, 죄인의 자리에서 고개 속이는 것이 순종이요 겸손이다.
한 참 시간이 흘러간 뒤의 일이지만, 베드로가 주님의 죽음의 선언을 말리다가 사탄이라 지목을 받았던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겸손이나 혹은 사랑하는 마음의 행위일지라도 감히 막아설 수가 없다. 하나님의 뜻은 모든 인류의 감정과 지혜와 지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하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요한에게 ‘우리가 이렇게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옳습니다.’라고 설득하셔서 세례를 받으셨다. 그 세례가 곧 죄인들을 위해서 자신이 죽는다는 선언이었고, 자신의 죽음의 하나님의 의를 이루고 죄인들이 의롭게 되는 길이라고 설득하신 것. 자신의 죽음을 설득하신 주님! 주님 사역의 핵심은 죄인들을 위해 자신이 십자가를 지시는 것이었다. 죽음의 선포가 그대로 십자가형으로 집행돼 돌아가신다는 것이 그리스도 사역의 알파와 오메가이다. 죽음의 다짐이지만, 스스로 죽으신 것이 아니라, 그가 위해서 죽을 죄인들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셨다. 예루살렘 입성 시에 호산나 찬송하던 자들의 배반과 대제사장을 비롯한 종교인들의 위선과 탐욕, 그리고 밤에 이뤄진 불법 법정에서 정죄되고, 사형집행관이 된 로마 권력 하에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주님의 삶의 전 과정이 광야에서의 시험 통과와 죽음의 모형인 세례 의식이 모두 한 분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치르신 우리를 위한 죗값 지불 때문에 우리가 구원을 받게 되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