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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65): 무신론자들의 종교성
요즈음 한국 뉴스 중엔 ‘N 번 방 손님‘이란 제목의 뉴스로 인해서 충격을 받았다는 뉴스나 속보가 끊임없이 마치 연재소설처럼 계속되고 있는 현상을 보게 된다. 이런 와중에 어느 일간지의 어느 기자가 쓴 기사에 ’전문 직종 중, 종교인들에게 성범죄자 많다.‘고 일갈한 기사 보았다. 그는 ‘종교인과 평신도 사이에 권력의 코드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어떻게 종교인과 평신도를 나눠서 생각하는지 그의 사고방식조차 전혀 이해되지 않지만, 그가 말하는 종교인이란 종교지도자를 일컫는 말이고, 그는 또 종교인을 종교지도자에 한정시키고, 평신도는 종교인이 아니라 종교인들에게 억눌려 살아가는 아랫사람들인 양 기사를 쓴 것을 보면서, 어디서 그런 자신만의 논리가 생겨난 것일까, 그의 논리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종교인은 종교지도자들이고 평신도를 그를 따르는 자들이기에 소위 종교지도자들의 갑질로 인해 성적 피해가 생겨났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권력의 상하나 강약관계, 혹은 그 제도상의 차이에서 성적 범죄가 일어난다는 뜻인데, 과연 그럴까? 물론 현실에 나타난 실상을 그럴 수는 있어도 종교인과 비종교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죄가 아니라, 양측 모두 종교인들이기에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종교인들에게는 실제로 하나님이 제외돼 있으니 마음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성서에서 왕 다윗과 밧세바의 경우를 보면 권력의 강약관계나 상하관계에서 다윗이 전장에 나가있는 그녀의 남편을 적에게 죽게 하면서까지 임신한 밧세바를 차지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다윗이든 밧세바든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의 신분을 벗어나 종교인의 삶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빚어진 비극적 범죄였다고 말할 수가 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믿는 개인의 신앙을 버렸을 때 곧바로 종교인이 되고, 종교인이 되면, 하나님이야 자기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한 나라의 왕으로서 권력을 휘둘러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밧세바가 다윗에게 붙들려 피해를 본 것이다. 사실 인류 최초의 종교인은 첫 사람 아담과 하와 부부였다. 그의 후손인 모든 인간은 애당초 종교인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첫 사람 부부가 에덴에서 하나님과 단절되었어도 육신의 생은 마감되지 않고, 에덴의 동편으로 나와 우리 모든 인류의 조상이 되었기에 모든 후손이 종교인의 후손인 것이 맞다. 그들은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기 전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신앙인이었지만, 불순종하고 하나님과 단절되면서 스스로 마음 내키는 대로 신(gods) 노릇하는 종교인이 되었다. 선악의 지식을 마음대로 휘두를 때 인간은 신(神)의 행세로 종교인이 된다.
아마도 종교인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이미 터득했을 테지만, 종교인이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떠나온 하나님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을 일컫는 신분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자신을 지으신 하나님을 이용해 자신을 앞세우려는 자가 종교인이다. 이런 자가 곧 무신론자이다. 종교인들은 모두 무신론자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니체처럼 하나님의 죽음을 선언하기도 한다. 이들과는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하나님을 향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아직 하나님께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무신론자가 아니라, 예비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사실 이들이야말로 우리의 이웃들이면서 복음의 대상들이다. 사마리아 성의 우물가의 여인은 죄 많은 여인으로 동네 사람들과는 격리된 채 살았지만, 우물가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그리심 산에 얽매어 있던 종교성을 버리고, 구원은 유대인으로부터라고 말씀하신 그리스도를 맞아 구원을 받은 자가 되었다. 그 여인은 자신의 죄악 된 과거를 아는 분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입으로 동네에 들어가 선포했다. 종교에 묶여있던 자신을 버리고 자유를 되찾은 것, 그것이 구원이다. 무신론자의 종교성이란 자기 자신을 신으로 믿는 자기중심적 지향성을 말한다. 허무맹랑하게 하나님의 죽음을 주장하지만, 그 자체가 하나님의 존재를 먼저 인정한 데서 나오는 말이 아닌가? 니체는 하나님의 죽음을 담대히 선포했던, 스스로 신의 자리에 앉았던 종교인 무신론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