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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268): 방글라데시에서 파견 나온 청소담당 부부
우리 집엔 청소담당자인 한 쌍의 부부가 방글라데시 남쪽 시골 마을에서 파견 나와 있다. 그들이 이곳에 들어오기까진 우연곡절이 많았다. 처음엔 최종 도착일자가 4월1일이었으나 처음에 예약했던 카타르항공기가 코로나로 인해 미국에 들어올 수 없어 취소되자. 홍콩을 거쳐서 미국에 들어올 두 편의 항공티켓도 샀지만, 모두 취소돼서 아예 귀국길을 뒤로 미루려는 생각도 했다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소수종족 성서 번역과 성서 이야기를 담당하는 동역자들이 코로나로 인해 사무실을 비우고 집으로 돌아간 상태이니 거기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으니 예정대로 미국에 들어오려고 마음먹고 방글라데시 미 대사관과 연락되어 일단 그들의 시골집을 떠나서 수도 다카로 올라가 며칠을 기다린 결과 대사관에서 카타르 측과 접촉해서 카타르 항공기 한 대를 전세내서 워싱턴 D C 공항에 도착, 거기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시카고로 왔지만, 2주간의 격리 기간으로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다른 이가 미시간에 준비해둔 빈 집에서 격리기간이 끝나자 아이오와로 가서 일 개월을 지내다고 이곳 우리 집에 도착한 지 2주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미 대사관이 주선해준 항공편이 없었으면, 제 시간에 미국에 들어올 수도 없었겠지만, 우리 내외는 그들이 방글라데시 시골집에 있는 동안 코로나로부터 건강을 잘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던 차에 집에 오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전세기 항공편 요금도 걱정돼 어떻게 얼마를 지불하느냐고 물었더니 워싱턴 DC에 내려서 빌을 보내면 지불하겠다는 서류에 사인하고 왔다는 말을 들었다. 그 항공기에 30여명 타고 왔으니 아마도 더 많은 요금을 내야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이곳 미국에선 무엇이든 먼저 베풀고서 뒤에 요금을 청구하는 방식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당장 병원비가 없어도 일단 치료부터 해주고 나서 나중에 비용을 청구하는 건, 혹시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법에서 배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나님께선 무엇이든 먼저 약속하시고, 그 약속을 이루시고 대가도 스스로 치르시는 분이시기에 누구든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감사함으로 기다리면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신다는 걸 믿고 배웠으면 좋겠다. 사실은 이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사역하다 안식년을 맞아 돌아온 우리 아들부부이다. 그들이 토요일에 자기들이 잠시 머물고 있는 우리 집안 청소를 하겠다며 재료들도 사오더니 오늘 아침부터 집안을 뒤집어 놓았다. 변소, 부엌, 거실, 집안의 자질구레한 작은 물건들까지, 전자레인지의 겉과 안까지 속속들이 우리의 안방만 빼고 위에서부터 샅샅이 먼지를 털어내고 마치 검찰에서 영장을 받아가지고 나온 검사나 수사관들처럼 먼지 한 알이라도 털어내서 무언가를 찾아야 할 사람들처럼 부부가 열심히 털고 뒤지고 닦아서 정말 때 빼고 광을 내놓았다. 냉장고나 찬장이나 어디든 열어서 버릴 것과 놔둘 것을 묻기는 하지만, 아무튼 내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나도 버려야 할 것들이 나오면 분리수거를 해서 두 군데로 따로따로 갖다 버려서 도와주려고 애썼지만, 그러는 중에도 계속해서 미안한 마음이 나와 아내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 동안 집안 청소는 주로 내 몫이었지만, 구석구석 대청소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발판을 놓고 높이 올라서는 일, 천정의 전깃불 고치는 일도 다리가 떨려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우리 아들에게 아빠가 매일 간단한 청소는 해도 너희들이 오늘 하는 대청소는 나로서는 힘드니 너희들이 좀 더 자주 집에 오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농담인 걸 알고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그건 농담이었다. 그들은 매일 아침 성서공부 인도를 시작으로 꽉 찬 일정에 몹시 바쁘다. 성서번역과 성서 이야기 사역, 소수종족 동역자들의 집안일까지, 그런 일꾼을 뽑고 훈련시키는 일, 그래서 쉬려고 왔는데, 부모의 집 청소까지 해주니 어찌 미안하지 않겠는가? 그 와중에 며느리는 때로 음식을 장면해서 소위 ‘어머님’의 일을 덜어준다며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주니 맛있는 미안함이 이런 것인 줄 몰랐다. 하지만, 그들에게 미안함조차 돌려줄 수조차 없으니 어찌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