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목사와 함께 목회하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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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많이 읽었다거나 많이 모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다른 장남감이 없던 시절, 자연속에서 놀기를 좋아했으며, 학교에서 나눠주는 교과서를 볼 때마다 기분 좋았습니다. 전과와 수련장은 가슴을 뛰게 했으며, 어쩌다 만날 수 있었던 위인전은 보물처럼 느껴졌었습니다. 철 들기 시작하면서 가난 때문에 책을 제대로 살 수 없었지만, 더 나이들어서는 뒤로 미룬 의식주 덕분에 책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빨랐던 때도 있었으며, 서점에 들릴 때마다 느끼던 흥분은 지금도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서가로 꾸며놓은 좁은 방에 책 쌓이는 기쁨은 신혼의 기쁨과 견줄만했습니다. 유학길에 올라서도 조금 싸게 살수 있거나, 구하기 힘든 희귀본이 있다는 곳에는 몇 시간 운전하고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삶을 중시하지만, 책은 저에게 당연한 동반자였습니다.
책을 버리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때가 되었으니 [무게]를 줄이라는 사랑의 조언이었습니다. 마음으로는 오래전부터 그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결심한 바 있지만, 책이라면 옛 교과서부터 지나가다 얻은 시집까지, 어느 것 하나라도 쉽게 버릴 수 없었습니다. 책을 버리는 것이 마치 분신을 낯선 곳에 보내는 기분이었으며, 아직 더 읽어야 할 것이 많은데 내 놓기 아까웠기 때문이었고, 실제적으로는 ‘어떤 돈(희생)을 주고 산 책인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미루고 벼루어 오던 일을 했습니다. [책을 버렸습니다.] 극히 작은 일부이기에 감히 그렇게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그래도 책을 버렸습니다. 다른 분들의 [책버림]을 도와준 적은 많았지만, 나의 [책버림]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 날 마음을 담은 글의 일부를 나눕니다.
무거운 짐으로 가득찬 내 방, 구석 먼지 떨어내듯 정리하고 있습니다.
많이 버리자. 큰 결심으로 아까운 책 몇 번이나 내어놓고 / 손에 익은 친구들을 만지작거리며 행복했던 기억들을더듬어보았습니다. / 살을 떼어내는 아픔 연습하자며, 괜찮아. 두 손으로 마음 다둑거리며 / 안의 것들을 밖에 내놓습니다. / 손 발 후들거림이야 달랠 수 있지만, 아린 마음 무엇으로 잡아줄 지 모르지만.
세상 도착한 그 날 아침 / 나는 작은 떠남을 연습했습니다.
책은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나눠주며, 내놓는 것이지요. 심지어 쓰레기통에 들어간 책이라해도, 어쩌다보니 거기까지 간 것일뿐 마음에서 버린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도 여러번 [책버림] [내놓음]의 별리의식이 거행되겠지만, 그때마다 책에 얽힌 추억들은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 고이 챙겨마음에 간직할 것입니다. 몇번이고 내 몸을 씻어내듯, 책들을 내어놓은 뒤에도 끝까지 남을 책이몇 권 있습니다. 그마져도 놓아야 할 때, 마지막까지 남은 책은 오직 성경일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그동안 읽고 보고 쌓아두었던 모든 책은, 기실, 성경 한권을 제대로 읽기 위한 것이었음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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